스타 키우기/박정자 연극배우(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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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30 00:00
입력 1993-07-30 00:00
그는 『그냥 왔죠』라며 웃었다.부인은 둘째 아이를 보아야 했기 때문에 함께 오지 못했다(나는 그가 아이를 하나 더 낳은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아이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왔겠지.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둘째 손가락을 흔들어보였다.『아주 귀여워요』얼굴의 근육을 있는대로 접어보이는 그 좋은 웃음을 남기고 그는 나갔다.
분장을 지우면서 나는 위로할 길 없는 하나의 상념에 사로잡혔다.그도 배우고 나도 배우다.그러나 이것은 무엇일까.나는 우리가배우라는 사실이 주는 그 허무함을 낱낱이 보아버린 느낌이 들었다.나는 우울한 채로 집에 돌아왔다.
우리에게 안성기만큼 큰 배우는 없다.대한민국에 둘도 없는 안성기다.그러나 그날 그는 몹시 수척했고 건조해보였다.안성기는 기름기가 질펀하게 흐르는 배우도,다리가 땅에 뿌리박혀 있는 듯한 강건한 이미지의 배우도 아니다.다만 적어도 우리는 그를 통해 배우의 진정이 주는 아름다움이 어떤 건지안다.
나는 생각했다.우리가 안성기를 너무 돌보지 않았구나.스타는 대중이 만든다.어찌 배우 혼자 가능할까.그렇다면 대중이 그 책임을 져야 하는게 마땅하지 않나? 한작품에 그가 받는 개런티는 6천만원이라고 했다.그는 1년에 두편이상 하지 않는다.그 개런티로 그가 영화배우라는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경제성장이 어떻고 GNP,수출이 얼마고 떠드는 건 좋다.값이 어마어마한 외제승용차도 냉장고도 돈만 있으면 다 사올 수 있다.그러나 안성기는 강남 땅을 다 판대도 절대로 사올 수 없다.우리가 안성기만한 배우를 얻기란 얼마나 힘든일인지.우리가만든 스타는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그후에 그가 정말로 스타일 수 있도록 지켜봐줘야 한다.그건 안성기라는 배우를 가진 우리의 자존심이니까.
1993-07-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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