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특사제의」 철회 배경과 우리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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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6-27 00:00
입력 1993-06-27 00:00
◎「한·미 핵공조」 깨기 “의도적 긴장조성”/대미협상 테이블서 실리극대화 속셈/정상회담 제의,「핵개발 시간벌기」 입증/우리측 “핵양보 불가” 방침과 맞물려 대화 힘들듯

북한이 26일 일방적으로 특사교환접촉이 무산됐다고 선언함으로써 남북관계가 또다시 긴장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북한측은 지난 24일접촉제의에대한 우리측동의를 아무의사표시없이 묵살한채 25일밤 당외곽조직인 조평통 명의로 격렬한 대남 비방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이날 정무원 강성산총리 담화를 통해 대화무산을 발표하면서 그 책임을 우리측에 일방적으로 전가했다.강총리가 『남측의 부당한 태도로 말미암아 우리의 특사교환이 실현될 수 없게 됐다』고 강변한 것은 당분간 남북간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갖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이라는게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과 관련,북·미 협상을 통해서 북한의 NPT복귀와 IAEA의 특별사찰을 수용케 하고 남북대화를 통해 상호사찰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양국의 전략이었다.그러나 이번 북측의 반응은 한미양국의 그러한 2트랙 방식의 협상전략에 대한 명백한 거부의사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같은 북측의 태도는 핵문제와 관련해 우리측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면서 6월말이나 7월초로 예정된 미국과의 협상에서 실리를 극대화하겠다는 속셈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이라는 북측의 제의자체가 핵문제와 관련한 시간벌기전략이었다는 심증을 더욱 굳혀주는 것이기도 하다.즉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회담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북측이 10대강령과 주한미군철수등 이른바 4개항의 대남 요구조건을 들고 나와 핵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시간만 끌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 동안 통일원·외무부·안기부 등 우리측 관계당국은 한결같이 이같은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부처간에 강온의 인식차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최근 북한을 둘러싼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북측의 시간끌기에 더 이상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한이 그동안미국과의 1단계 협상에서 영변의 2개 미신고시설에 대한 IAEA의 특별사찰을 주한미군기지사찰등과 연계시키면서도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남북간 핵논의,즉 상호사찰 규정마련에 그토록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 이같은 판단의 주된 근거가 되고 있다.이스라엘이 중동국가로의 수출을 저지키위해 협상을 제의할 정도로 문제시되고 있는 북한의 신형미사일 대량 제조능력도 무시할 수없는 요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측으로선 핵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이긴 하나 아직은 북한측에 퇴로를 열어주면서 실마리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인 듯하다.북한측의 대화단절 선언에 대해 오인환 정부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밝힌데서도 이같은 기류를 엿볼 수 있다.정부는 미·북간 제네바에서의 2단계 접촉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당분간 한미간 공조를 긴밀히 해 북한측이 요구하고 있는 핵문제해결의 선결조건인 주한미군기지사찰등도 남북대화가 전제되지 않는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측에주지시킨다는 방침이다.<구본영기자>
1993-06-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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