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마음/지명 청계사 주지·문박(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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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5-14 00:00
입력 1993-05-14 00:00
나라가 잘살고 내가 잘 사는 일은 중요하다.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아무리 물질이 풍부하고 명예와 권력이 있어도 그것들이 나의 행복에 도움이 안된다면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행복은 밖으로부터 구할 수가 없다.안에서 찾아야 한다.안에서 찾으려면 마음 안에 행복이 들어올 자리를 비워두어야 한다.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말이다.그래서 선사님들은 마음을 허공과 같이 비우라고 하고 허공의 특징에서 마음의 무한한 여유를 찾으라고 한다.허공의 특징을 보자.

허공은 이 형상의 세계에서 장애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아무런 걸림이 없다.허공은 이 세상 어느 곳이나 이르지 않음이 없이 두루 있다.허공은 아무런 친소와 차별이 없이 평등하다.깨끗하고 더러움,귀함과 천함,선과 악,진실과 거짓에 차별이 없다.허공은 광대해서 조잡함이 없다.

허공은 형상이 끊어졌다.허공은 청정해서 더러움이 없다.허공에는 아무런 붙을 것이 없으므로 쌓일 것도 없고,따라서 깨끗하다.허공은 변할 것이 없어서 이루어지고 부서짐이 없다.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불생불멸이다.허공은 한량이 없다.허공은 비어 있으므로 어떤 가치 기준을 댈 수가 없고,그러므로 헤아릴 수가 없고 무한하다.허공은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있다.의지해서 신세질 것이 없으므로 보답해야 할 것도 없다.허공은 집착할 것이 없으므로 걸림이 없다.아무런 얻을 것도 없고 얻고자 하는 것도 없다.그래서 아무런 걸림이 없이 대자유이다.해방이다.

선사님들이 말하는 이 허공은 빈공간의 특징을 나타내면서도 아울러 우리의 마음이 가져야할 이상적인 경지를 드러내고 있다.밖으로 물질형상의 세계에서 성취할 수 없는 것을 내면적인 마음으로 누리고자하는 것이다.

내적인 마음으로부터가 아니라 외적인 물질로부터 궁극적인 행복을 얻겠다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버려 둬라.그는 고생만 실컷하고는 언젠가 내면의 세계로 돌아 올 것이다.선사님들은 허공으로부터 배우라고 다시 강조한다.

『천지는 허공을 통하여 덕을 베풀고,사람은 빈 마음을 통하여 덕을 베푼다.참선은 마음의 허공을 알리며 마음의 허공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대들은 허공이 돼라.허공은 비움으로써 삼라만유를 소유하나니 큰 사람이 되려면 마음이 허공과 같아야 한다』
1993-05-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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