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사법처리와 금융정화의지(사설)
수정 1993-04-23 00:00
입력 1993-04-23 00:00
금융기관이 돈을 대출해 주면서 커미션을 받는 것은 단순한 불건전 금융관행만은 아니다.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자 대표적인 경제부조리이다.이 비리는 구속될 안영모 동화은행장이 불과 2년동안 커미션을 받아 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할 정도로 만연되어 있다.그런데도 그같은 경제부조리가 치유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해 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과거 정부 고위층과 정치권이 금융을 정경유착의 고리로 이용해 온데 있다.고위층과 정치인이 은행에 어느 기업에 대출을 해주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낙하산식 대출과 청탁대출 등의 금융비리가 금융인들에게 커미션을 하나의 불건전한 관행정도로 여기게 만들었다.또 그 비리가 권력에 의해 보호까지 받아오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정기관이 김융비이를 수사하다그 배후에 정부 고위층이나 정치인이 개재된 것을 알면 그대로 봉합해 버림으로써 금융부조리는 거의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정부의 이번 조치는 경제부조리의 대표적인 행태인 대출부조리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한 것이다.지금까지 비리를 저지른 김융기관 임원에 대해 사표처리하던 것과는 달리 사법처리를 하고 있는 데서 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사법처리는 금융비리를 저지른 인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신호로 보여진다.행장 구속에 이어 커미션의 행방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사정당국은 차제에 정·경·금융의 연결고리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 유착관계를 차단하기 바란다.금융기관 인사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고위층 인사들의 청탁대출을 근절하지 않고는 금융비리의 척결이 불가능하다.
사정당국의 비리척결과 병행해서 금융정책당국은 비리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금융기관의 금리를 빠른 시일안에 자유화해야 한다.기업들이 커미션을 주고도 대출을 받으려하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즉 금리가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금리가 갖고 있는 고유기능을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또 금융기관 임원을 해당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선임하도록 인사의 자율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금융기관 역시 자정노력이 절실하다.커미션 대출등 금융비리가 외부의 압력보다 내부의 불건전한 관행에 의해 더 많이 빚어진 데 대한 뼈아픈 자성이 있어야 할것이다.
1993-04-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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