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아내의 등(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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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4-18 00:00
입력 1993-04-18 00:00
『처가 「내조를 잘하려했으나 결과가 이렇게 되어 미안하다」고 하기에 나는 처음으로 처의 등을 두드려주며 「모든것은 나의 책임」이라고 말해주었다』

최형우전민자당 사무총장이 아들의 전문대 부정입시 의혹으로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남긴 말이다.「처음으로 등을 두드려주었다」는 이 한대목은 이들 부부가 걸어야했던 겨를없던 야당생활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준다.

더구나 지난 80년 재산공개파문때 단돈 3천7백만원으로 부정축재자로 몰리자 『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아들들이 학교에 가면 「너희 아버지 도둑놈」이라고 놀린다면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 들어』이들 부부로서는 아들이 야간학교라도 나온것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내정자로 알려진 이유형씨도 20여년간 야당당료의 외길을 걷는 동안 부인이 식당을 경영하면서 허리디스크를 앓는 아들을 치료하고 혼자서 가사를 돌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는 가장 전형적인 내조의 모습이라 할수 있다.

때맞춰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부인 역할」에 대한 전화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응답자의 94·2%가 「영부인은 대통령 내조에 힘써야 한다」면서 그중 75·5%가 「사회봉사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일개 정치가의 부인의 자리도 괴로움과 고통으로 점철될진대 한나라 대통령부인인 퍼스트레이디란 언제나 재클린 케네디같은 신데렐라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대통령을 내조한 부인중 패트 닉슨여사가 특히 인상에 남는다.그녀는 공식활동을 하면서도 비교적 남편 뒤에 가려서 있었고 단지 닉슨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2년간 곤경에 빠졌을 때는 당당히 옆에 서서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사회봉사활동」은 단순한 봉사활동일뿐 거센 치맛바람의 활약상은 아닐지도 모른다.아마도 그것은 패트 닉슨처럼 또는 가시밭길 정치인의 부인들처럼 남편뒤에서 남편을 격려하고 또 그의 고통을 분담하는 한국적 미덕의 내조일 것이다.
1993-04-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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