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서 “허우적”/파리 유명패션쇼 사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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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4-06 00:00
입력 1993-04-06 00:00
◎로랑 빚더미에… 주식 대부분 매각/피레으 카르댕도 패션쇼 연 1회만

올 하반기 패션의 흐름을 6개월 앞서 제시한 유명 디자이너들의 켈렉션이 하나 둘씩 막을 내리면서 파리패션회사들에 대대적인 조직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고급패션계의 시선이 몇몇의 개성있는 의상보다는 유명 패션회사의 디자이너에 누가 기용되느냐 하는데 쏠려있는 것이다.

패션불황의 첫번째 희생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루이 셰레이다.그는 회사 대주주인 세이브와 에르메스로부터 전격 해고당한 뒤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다.

셰레의 뒤를 이어 기용된 덴마크 출신 디자이너 에릭 모텐슨은 『셰레와 정반대의 경향을 고집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지도 않겠다』고 말했다.셰레의 퇴장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타일만을 고집한데서 비롯됐음을 알수 있게 하는 말이다.

지난 90년 모텐슨을 밀어냈던 발맹사는 최근 미국 출신의 오스카 드 라 렌타를 전속 디자이너로 발탁했다.

그의 작품은 헐렁한 스타일에 무릎에서 길이를 자른 의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디자이너들이나 이해할수 있는 복잡한 작품보다는 누구나 입어서 어울리는 옷을 만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그가 발맹에 발탁된 것은 불황타개책의 일환일 것이라는 게 패션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브 생 로랑 주식의 대부분도 프랑스의 화장품회사인 엘프 사노피사에 매각됐다.이브 생 로랑은 패션계의 불황이 의외로 길어지자 화장품 사업에 손을 댔다 큰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계의 비관론자들은 엘리트의식으로 가득차 있는 오트 쿠튀르,즉 고급맞춤복의 장래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랑방은 특별한 해명없이 연례행사인 파리켈렉션에 두차례나 출품하지 않고 있으며 거장 피에르 카르댕도 겨울과 여름옷을 합쳐 한해에 한번만 켈렉션을 열기로 했다.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그러나 침체와 기복을 겪으면서도 유명 디자이너들이 자존심을 걸고 있는 오트 쿠튀르는 그 명백을 이어갈 것이라는 패션계의 전망이다.<파리=박강문특파원>
1993-04-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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