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에 중세풍마을 조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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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30 00:00
입력 1993-03-30 00:00
미술과 건축등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영국의 찰스왕세자가 중세양식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을 조성할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영국에서 적잖은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남부 도싯주의 왕실소유땅인 파운드베리에 붉은 벽돌집등 석조건물로만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올해안에 착공을 추진하고 있는 이 계획은 마을 한가운데의 뾰족탑을 중심으로 중세 조지아왕조의 양식을 본뜬 건물들을 가로수를 따라 늘어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주민은 1만명이 넘지 않도록 하고 자동차없이 모두 걸어서 10분안에 일터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찰스왕세자는 이 마을을 다음세기에 영국이 추구해야 할 도시의 모델로 내보일 생각이다.이를 위해 도시설계가인 레온 크라이어등 전문가들을 위촉해 설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찰스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많은 전문건축인들은 혹독한 비판을 퍼붓고 있다.『할리우드의 영화세트가 될 뿐』이라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조각공원에 사람을 살게 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성토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인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고루한 발상이고 이상향일 뿐이라는 것이다.이들은 특히 이 마을이 규모가 너무 작아 취업과 교육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그래서 밤에 잠만 자는 베드타운이 되거나 아예 빈마을이 돼버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게다가 중세양식의 건물을 제대로 지을 사람도 찾을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대해 설계를 맡은 크라이어는 『현대적 건물이 인간을 거칠고 메마르게 했다』면서 『중세풍의 건물에서 보다 인간다운 삶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찰스왕세자가 현대건축가들과 마찰을 빚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84년 국립미술관을 현대식으로 증축하려는 계획에 대해 「괴상한 종유석」같다고 비판해 모더니즘계 건축가들과 한차례 설전을 벌인바 있다.그 뒤에도 건축가 데니스 라스던경이 설계한 국립극장을 「핵발전소」같다고 비난하는 등 현대식 건물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 왔다.
최근또다시 가열되고 있는 논란속에서도 파운드베리마을은 일단 찰스왕세자의 계획대로 올해안에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찰스의 구상이 앞날에 대한 산뜻한 비전으로 평가받을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시대착오적인 엉뚱한 발상으로 끝날 것인지는 훗날 이 마을의 성쇠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진경호기자>
1993-03-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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