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 시작이 중요하다(사설)
수정 1993-03-23 00:00
입력 1993-03-23 00:00
헌정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집권당인사들의 재산공개는 일차적으로는 그 오랫동안 귓속말이나 소문으로만 운위되던 국회의원들의 청정도가 측정되는 기회라는 점에서 전국민의 관심이 모아진다.그 공개내역에 대해서는 지난번 고위 공직자의 경우처럼 설왕설래가 없지 않겠으나 어떻든 세상이 달라진 것만은 틀림없다.작년만해도 의원들은 공공연히 실정법을 외면하고 재산공개를 거부 또는 기피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의원들이 「국회의원 자격을 갖는 날로부터 1개월이내에 재산등록을 마치고」(제5조)「이를 위반한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국회윤리특위에 징계를 청구할수 있도록」(22조)규정하고 있다.지난 14대 국회의 경우 그「1개월후」는 92년 6월30일이었는데 그때까지 초선의원들의 64%가 공개조차 기피했던 터였다.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스스로 법을 거부했다는 얘기가 된다.그런 점에서 이번 여당의원등의 일괄적인 재산공개는 그 자체가 돈 안드는 정치,깨끗한 선거,검은 정치자금과 관련된 구조적인 부정부패의 척결을 통한 우리 정치문화발전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
물론 여당의원들의 재산공개는 이제 그 자체가 시작일뿐이다.우리의 경우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정당인들은 공적으로는 대중앞에 「열려진 사람」으로 알려졌으나 기실 사생활이나 재산상태에 관한한 자신을 드러내기를 어느 계층보다 꺼리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이제 그들이,특히 여당의 지도적 인사들이 스스로 대중정치인이 되고자 자신을 드러내고 재산을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정치적으로는 일대 전환기적발전이며 문화적으로 개혁적인 의식의 전환이라고 할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첫술에 배부를수는 없다.특히 우리는 지금 과거에 경험한바 없는 「혁명적 개혁」을 진행시키고 있다.공직자 재산공개만 하더라도 이 시점을 시작으로 하여 3년·5년·10년 앞을 내다보며 관련 법규와 제도를 보완해나가야 한다.공직자 재산공개의 강렬한 의지와 단초를 제시한 김영삼대통령은 재임중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또 공개재산들의 내역에 대한 일부 시중의 의견과 관련,『차관급 재산공개부터는 총무처가 일괄해서 권위있는 감정기관에 의뢰,일정기준으로 재산액수를 상정한뒤 발표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하면된다.이번 여당인사들의 재산공개가 갖는 의미를 크게 평가하며 이것이 즉각 야당을 포함한 전 정치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1993-03-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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