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떨군 「입시부정」/박성원 사회1부기자(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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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18 00:00
입력 1993-03-18 00:00
『대학선배인 서한범교수의 부탁을 받고 국악이론의 기본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을뿐 시험문제를 유출한 적은 없습니다』
17일 상오 서울형사지법 424호 법정에서는 93학년도 추계예술학교입시문제지 유출사건과 관련,구속기소된 이 학교 김정수교수(45)등 4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입시부정사건 재판으로는 처음 열린 이날 공판에서 김피고인등은 긴장된듯 낮은 목소리로 검찰신문에 대답해 나갔다.
출제를 앞둔 교수가 문제경향을 묻는 국악전공교수에게 주요 분야를 얘기한 것이 문제유출이 아니란 말인가.
『국악이론은 입시총점가운데 비중이 10%에 불과하며 10문제 가운데 3∼4문제의 힌트를 주었다해도 합격여부를 좌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문제를 빼돌리지 않았다면 학부모로부터 전달된 2천만원은 무엇인가.
『딸의 합격을 기뻐한 학부모가 대학4년동안을 지도할 교수에게 인사조로 주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국악과의 부족한 악기구입비로 쓰려고 받아두었다』
(목소리를 높여)국악과는 인사하는데 2천만원이나 드나.
『…』
이어서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시작됐다.
피고인은 방송국 관현악 단장을 지냈고 77년엔 주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등 국악발전에 일생을 바친 몸으로 반신불수가 된 80대 노부모를 모시고 있습니까.
변호인의 질문에 김피고인은 대답대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학부모 이금숙피고인(46·여)도 『큰 딸이 6차례나 대입에 실패한뒤 작은 딸마저 3차례나 낙방해 삶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것을 부모된 심정으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재판장이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피고인들은 입시에 관한 자문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하지만 출제를 앞두고 출제교수가 학부모측과 접촉한 사실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나』
『더욱이 서피고인은 그렇고 그런 분야의 전문가라는 소문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판장의 지적에 힘입은듯 검사가 김피고인등에게 징역1년∼3년씩을 구형하자 피고인들은 고개를 일제히 떨구었다.
1993-03-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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