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소 보호위원 이경재씨(봉사하는 삶: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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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03 00:00
입력 1993-03-03 00:00
◎비행청소년 거두어 돌보기 6년째/소년원 나온 사람 자식처럼 감싸/사랑으로 지도·교화… 15명을 선도/“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산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것”

외국어학원과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있는 이경재씨(47·서울 강동구 성내동)는 대학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있지만 수시로 남의 자식들을 거두어 돌본다.

이들은 한때의 잘못으로 소년원을 다녀온 이른바 비행청소년들.이씨는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 보호위원 자격으로 이들 비행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다.보호위원이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일반인과 같이 생활하게 하면서 지도·교화하여 재범을 방지하는 일종의 후견인으로 무보수 자원봉사자인 이씨는 90년 국가로부터 보호위원에 지정됐다.

대개 소년원을 거쳐온 비행청소년들을 돌보는 일은 친자식 돌보는 것보다도 훨씬 정성과 인내를 요하는 버거운 일이지만 이씨는 이 일을 6년째 계속해오고 있다.자주 연락을 취하고 적어도 보름에 한번쯤은 만나서 이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상처난 마음을 다독여주는 친근한 말벗이 되어준다.

『미숙한 자기통제력 때문에 호된 경험을 겪었던 청소년들이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인간미가 넘쳐흐르고 자식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씨가 현재 만나는 보호청소년은 고등학교 2학년때 폭행죄로 소년원에 구치됐다가 지금은 이씨가 알선해준 봉제공장에서 열심히 일다니는 부군(20)이다.부군을 만나면 이씨는 스포츠 음악 영화얘기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특히 「책의 해」인 올해에는 책을 선물하고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기회를 마련한다.일방적인 설득이나 훈계보다 책을 통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도덕규범을 배우고 인격을 넓힐수 있게 할수있을 뿐만아니라 생활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무엇보다 그들이 갖는 갈등과 번민을 사랑과 이해로 감싸주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씨는 실제로 이같은 사랑의 대화로써 지금까지 15명의 비행청소년들을 갱생의 길로 인도했다.

『이들이 학교에 잘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잘하는 것을 보는것은 큰 기쁨이고 보람입니다.또 부모님께 잘 하면서 한때의 잘못을 뉘우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인생은 참 고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씨가 비행청소년 선도 자원봉사일에 뛰어든 것은 지난 87년.국민학교시절부터 고학생들의 어려움을 익히 보며 자랐던 그가 힘닿으면 그들을 돕고자 마음먹고 있던중 우연히 한국자원봉사능력개발연구회을 알고 찾아가 소년보호에 관한 강습을 받고부터였다.

이씨가 처음 맡았던 비행청소년은 폭행죄로 소년원에 갔었고 친척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던 아이였는데 그가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자 부모들도 자식에게 사랑을 더 쏟고 아이도 올바른 길로 나아갔다면서 비행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처음에는 불량한 청소년들이라 조금 겁을 먹었었는데 이제는 그들로부터 인간은 선하게 태어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케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집안이 어려워서 한번 이사를 가면 연락이 닿지 않아 안타깝다는 그는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요』라는 말로 그가 선도했던 청소년들에 대한 궁금증의 자락을 접을수 밖에 없다.

자원봉사로 시작한비행청소년 선도가 이제 신념처럼 되어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남을 위해 사용하고 더불어 사는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청소년선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길 바랐다.<백종국기자>
1993-03-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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