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과 「코리안타임」/안필준 보사부장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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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2-17 00:00
입력 1993-02-17 00:00
필자는 어릴적부터 약속장소에 예정보다 항상 미리 나가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학창시절이나 40년 공직기간을 통틀어 약속시간을 어긴 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간혹 모임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기가 무료하거나,늦게 오는 사람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필자를 보고 당황해할 것 같은 생각이 들때는 가까운 서점에 들러 시간을 보내거나 승용차안에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일찍 도착해서 얻은 얼마간의 여유시간을 나름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 여유시간이라는 것을 참으로 예상하기가 어렵다.조금 일찍 나서면 교통체증도 없고,신호도 잘 떨어져 예정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때가 있는가 하면,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차들이 밀리는 바람에 아주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모임에 나가보면 일행중에 몇명은 꼭늦는데,필자가 겪은 바로는 대개 늦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모임에 늦게 등장하는 사람들은 으레 들어서면서 『오늘따라 왜 이렇게 교통이 혼잡스러운지 모르겠다.정말 문제야,문제』라고 한마디 내뱉고는 자리에 냉큼 앉는다.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이 30분 이상씩이나 자기를 기다린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없다.

어떻게 보면,거짓핑계가 아니라면 피치 못하게 늦는 것을 가지고 왈가부할 수는 없다.그러나 요즈음의 교통체증이 엉뚱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또 약속시간을 본의 아니게 어기게 만드는 요인임에 틀림이 없다.그러나 그렇다 해도 그것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정도로 정당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여유있게 미리 출발해서 시간맞춰 도착한 사람들에게도 교통체증은 있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날 「코리안 타임」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적도 있고,꽤 성과도 거두었다.그래서,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그러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교통체증이란 변수때문에 멀지않아 「코리안 타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가 다시 우리사회에 유행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시간안지키는 국민」이라는 소리를 또 듣지 않으려면,지하철이나 기차를 타서라도 약속시간은 꼭 지킨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가져야 할 것이다.
1993-02-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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