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근무여건 개선 절실/안영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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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1-28 00:00
입력 1993-01-28 00:00
40여년을 하루 같이 등대와 함께하고 있지만 매일같이 새로운 시작의 느낌으로 일을 시작하곤 한다.그러나 그러한 느낌은 그냥 느낌으로 끝날뿐 언제나 일을 마칠때쯤이면 무거운 마음이 어깨를 누르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
그동안 사회가 발전한 만큼 이제 등대에 입문하는 후진들에게는 보다 개선된 근무여건아래서 해운발전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과거에는 전가족이 등대에서 함께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고독감에 시달린다거나 식생활에 어려움을 격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낙도의 등대에도 변화의 물결을 가져오고 있다.바로 교육문제가 이 변화의 물결을 선도 하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유치원적령기 부터 온가족이 뭍으로 대이동을 하고 남는 것은 독신 직원들 뿐이다.더구나 염려 스러운 것은 오랜동안 절해 고도에서 독신으로 지내온 등대수들이 고립된 생활로 인해 퇴직후 사회에의 적응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점이다. 35년을 이 직업에 종사했다고 치면 25년은 독신생활로 살아온 셈이다.
직장의 발전이 고급인력 확보에 있다면 항로표지관리소 즉 등대의 발전 또한 마찬가지이다.현재의 상황으로 고급인력 확보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지금 급한 것은 근무조건의 개선이라고 생각된다.따라서 격주교대 근무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고급인력 확보와 항로표지발전에 기여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회는 날이 갈수록 눈부시게 발전해 가는데 문명과 문화와는 단절된 절해고도에 바람과 파도소리만 들릴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과거에는 유배지 같은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이것이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체념하고 사는 형편이다.전국의 등대수들은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생명줄인 해상로를 지키는 수문장이라는 긍지를 갖고 어려움을 참고 있다.<여수 소리도 등대장>
1993-01-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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