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당선자에 바란다/김석준 이대교수·정치행정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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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27 00:00
입력 1992-12-27 00:00
14대 대통령선거는 「신한국의 창조」와 「안정속의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역대선거와 달리 현직 대통령의 당적 포기 및 중립내각 구성,선거관리의 공정성,당선자의 전국에 걸친 고른 투표,선거결과에 대한 경쟁자들의 축하와 흔쾌한 승복 등이 새로운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고 새정부의 앞날을 밝게 해주고 있다.여기에 걸맞게 김영삼대통령당선자는 선거직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공약의 실천약속과 더불어 온국민에게 「신한국건설」에 따른 「고통의 분담」을 간청하였다.
김당선자의 「고통의 분담」요청은 확실히 「용기있는」 「신선한」 발언이다.왜냐면 대부분의 정치인은 설령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국민들에게 스스로 「해주겠다」고 공약하여 국민의 환심을 사기에 급급하지,국민에게 「고통을 나누어 가지자」고 하여 공공연히 부담을 주겠다고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없기때문이다.또한 국민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공식적으로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는 방식을 주로 택해왔기에 이 발언은 「정직한 정치」의 시작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국민들에게 「고통을 나누어 지자」는 당부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있었다.30여년전 미국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40대의 젊은 케네디 대통령이 실의에 빠져 수많은 요구와 불만을 정부에 표출하는 국민들에게 한 명연설이다.『조국이 그대에게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묻기에 앞서 그대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물어보시요!』라는 젊은 대통령의 용기있는 요구는 그뒤 「위대한 미국사회를 건설」로 이어졌던 것이다.
한국사회도 지금 국내외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숱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21세기 「선진조국 건설」을 위해서는 대통령이나 정부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뭉쳐 노력해야만 한다.이점에서 새대통령이 국민에게 고통을 함께 하자는 요청은 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조건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새대통령 자신이 깨끗한 정부를 위한 개혁과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마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신한국건설위원회」가 지난 30여년간의 「개발독재」를 청산하는 근본개혁작업을 준비중이고 새대통령 자신도 당선축하연을 취소하고 청렴한 정치를 거듭 약속하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둘째,지금까지 직접·간접적으로 고통을 받아온 국민들에 대한 근본적인 화합조치와 이들의 고통을 먼저 나누어 가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개발연대에 소외되어온 노동자와 농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과 정치적으로 소외되어온 특정지역이 이번 선거결과에서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는 좌절감을 해소·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요구된다.이번 선거 결과에서 전통적인 「야도여촌」현상이 바뀌어 여도야촌으로 나타나고 특정지역의 특정후보 지지도가 90%를 넘어서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치유해야할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조치가 이루어지면서 모든 국민들이 「새로운 한국건설」에 참여할 때 조국의 미래는 밝은 것이다.「신한국」은「안정속의 개혁」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특히 개혁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질수록 그 성과는 더욱 커진다.「신한국의 창조」과정에 모든 국민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이익을 존중해야하고 많은 정도의 자기희생을 필요로 한다.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안정,복지수준의 향상,통일된 선진민주국가와 더불어 잘사는 건강한 사회등이 신한국의 모습들이다.
개혁을 통한 신한국의 창조에는 첫째 기득권세력의 자기희생과 양보가 필요하다.소수의 기득권세력이 고통을 인내할 때 다수의 노동자와 농민도 그들에게 부과된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둘째,노동자와 농민들도 더욱 새로운 자세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3D기피현상」을 극복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자신의 몫을 늘릴수 있도록 해야한다.셋째,정부와 공무원도 솔선수범하여 민주복지시대에 맞는 봉사행정을 구현해야한다.한국사회의 부정부패구조를 청산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야하는 것은 역사적인 유산이다.부정부패가 척결되고 일하는 사람이 열심히 일한만큼 결실을나누어 가지게 되면 모든 국민이 스스로 공동체의 주인이 될 것이다.주인만이 책임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 질 수 있다.
1992-12-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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