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적 정권교체론(사설)
수정 1992-12-17 00:00
입력 1992-12-17 00:00
우리는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정권교체론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한다.
첫째는 독선이다.민주당은 김대중후보의 집권만이 정권교체라고 주장한다.제3당인 국민당이 집권하더라도 그건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국민당은 야당이 아니라 「준여당」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당을 준여당으로 규정한 근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민주당은 민자당 지지표가 국민당 정주영후보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만일 민자당과 국민당이 딛고 서 있는 지지층이 같아서 국민당을 준여당으로 규정하고,그래서 가정해서 국민당 집권은 정권교체가 아니라고 말했다해도 이역시 예삿일이 아닐 수 없다.왜냐하면 중산층 집권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논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당이 신정당의 박찬종후보와 무소속의 백기완후보에 대해 사퇴를 요구한 것도 독선적 발상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민자당에 반대하는 표를 분산시키지 않도록 민주후보를 단일화하여 힘을 모으는 것은 정권교체의 성사여부를 좌우할 관건이 되는 문제라며 이들의 사퇴를 요구했다.그러나 5년전 대선때 야당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고 독자출마로 내달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돌이켜 보면 민주당의 이러한 요구가 얼마나 독선과 아집에 찬 주장인지를 알수가 있다.
또한 민주당의 주장대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면 야당후보는 언제나 제1야당에서만 나와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된다.민주사회에선 정당마다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이 다르고,후보자의 자질도 특성을 달리한다.출마의 목적도 당선보다는 의지표명을 겨냥한 때가 있을 수 있다.자신의 당선을 위해 다른 당과 다른 후보의 희생을 요구한다는건 지나친 이기주의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획일주의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우리는 민주당의 정권교체론에서 시대착오적인 오류를 발견한다.민주당이 말하는 정권교체론의 근저에는 민자당의 집권을 이른바 군사정권의 연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아니,그보다도 민주당의 정권교체론은 전적으로 그런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우리는 민주당과 전대협·전로협등 「전국련합」의 제휴가 가능했던 것은 양측이 그런 시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북한방송도 그런 시각에서 민자당을 공격하고 민주당을 옹호한다.과연 민자당의 집권은 군사정권의 연장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의 답변은 단연코 「아니다」다.
야당투사 출신인 김영삼 민자당후보는 3당통합과 자신의 후보 피선을 호랑이 굴에 뛰어들어가 호랑이를 잡은 것에 비유하고 있다.사실 우리는 김후보로부터 여당성 보다는 여전히 야당적 결단을 많이 발견한다.이번 선거에 앞서 그는 중립내각 구성을 제의함으로써 스스로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포기했다.그는 또 과거 야당시절에 내세웠던 주장들,즉 안기부 기능축소라든지 실명제 실시등을 포기하지 않고 이번 선거공약에 대부분 반영시켰다.집권하면 6공과 판이한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그의 발언도 주목할만 한 것이다.
우리는 3당 통합과 김영삼 민자당후보의 등장을 야당의 여당화가 아니라 여당의 야당화라는 차원에서 이해한다.따라서 그의 집권을 군사정권 연장에 결부시켜 정권교체를 논하는 건 완전한 하구라고 본다.
지난 87년 대선에서 집권에 승리한 정당은 민정당이었다.지금의 민자당은 그 민정당등 3당이통합한 범보수 정당이지 옛날의 민정당은 아니다.민자당 이름으로 정권에 도전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따라서 민자당의 재집권 저지 운운하며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거론하는 것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시대교체의 문턱에 서 있다.어느 당이 집권하면 정권교체고 다른 당이 집권하면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작은 논리로 큰 변화의 의미가 왜곡돼서는 안된다.우리는 감히 말한다.이번 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를 해도 그건 정권교체를 뜻한다.문제는 이번 선거의 쟁점이 민주당주장처럼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어느당 후보를 찍어야 「안정된 정권교체」를 이룩할수 있느냐.그것이 이번 선거의 쟁점인 것이다.
1992-12-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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