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투표 명령(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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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17 00:00
입력 1992-12-17 00:00
『일년중의 하루는 전혀 눈에 뜨이지 않던 시민이 나라 전체의 커다란 생활에 가담하여 아무리 좁은 가슴일지라도 공무라는 공기로 부풀어지는 날이 있다.일년중의 하루는 아무리 약한 사람일지라도 자기속에 나라 주권의 위대함을 느끼고 아무리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자기속에 조국의 얼을 느끼는 날이 있다.투표소로 가는 노동자를 보라.그는 삶에 찌든 얼굴로 그곳에 들어가지만 나올때는 주권자의 눈망울을 갖추고 있다』­이 문학적이지만 투표의 중요함을 적절히 표현한 구절은 바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50년5월21일 프랑스 입법의회에서 했던 연설의 일절이다.

누구나 자기 주권을 버리지 않고 신성한 한표의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제도하에서 절대로 지켜야할 의무이다.이제 이 의무를 마지막으로 한번씩더 상기해야할 시간에 왔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지사요원과 투표권을 가진 가족까지 3천여명을 모두 귀국시켜 투표에 참여토록 한 「귀환투표」는 주권의 행사라기보다는 오히려 「전투적 투표」라는 느낌을 준다.

우리의 불재자투표가 해외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그 근무처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해주는 것까지 제도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그렇다해도 이 많은 사람이 오로지 투표를 위해 돌아온다는 것은 그들이 맡은 업무를 며칠씩 마비시킬수도 있다는 것과 비례해서 과연 어느것이 더 나라를 위하는 것일지는 분별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스타일의 선거운영과 경제적스타일의 선거운영을 비교해 볼수 있는 흥미로움을 갖고 있다.경제만이 알래스카에서도 냉장고를 팔수 있는 것은 아니다.정치도 그렇게 하도록 할 수 있다.그래도 역시 경제의 세일즈 역량이 이런 일은 더 잘 하겠구나 싶다.하지만 대통령은 잘 팔고 잘 사게하는 제품은 아니다.「신성한 한표」로 뽑는 대상이지 「전투적 한표」로 사는 대상은 아닌 것이다.
1992-12-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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