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오는 관절염/통풍을 조심하라(남성 신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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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16 00:00
입력 1992-12-16 00:00
「술 고기 많이 먹는 30∼40대 사무직 근로자는 통풍(통풍)을 조심하라」.
어느날밤 엄지발가락에 격렬한 통증이 일더니 아침이 되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하지만 밤이 되면 또다시 통증이 재발,발이 퉁퉁 붓고 온몸에 신열과 식은 땀이 솟아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다.바람만 슬쩍 닿아도 참을 수 없는 격통이 온다는 통풍(통풍).
특히 과음과 과로·스트레스 에 시달리는 40대이후 남성들에게 흔한 통풍은 완치가 힘들고 재발이 잦아 평생을 괴롭히는 무서운 병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의 정체를 몰라 예방과 치료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
인제대 의대 이윤우박사(내과)는 『통풍은 혈액속의 요산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콩팥의 요산배설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관절염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사람의 세포가 죽으면 간에서 핵산이 분해되는데 이 핵산의 찌꺼기인 요산이 몸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세포사이에서 결정체를 이뤄 견딜수 없는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요산이 콩팥에 쌓이면 신장결석등 신장질환이 생기고 오줌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요로결석을 형성하게 된다.
통풍환자는 6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80년대 중반이후 서울등 대도시거주자 가운데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추세.
이교수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통풍환자 이환율(특정질병을 1년동안 앓고 있는 비율)은 1천명당 2.5명꼴로 환자수는 약 2만5천명으로 추정되며 식생활의 서구화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풍은 술·육류·어류를 많이 먹는 사람에게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부자병」으로 불려져 왔으며 17세기 프랑스 루이14세가 말년에 이 병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제왕의 병」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통풍은 급성과 만성으로 대별되며 급성이 90%이상을 차지한다.급성은 어느날 밤 갑자기 엄지발가락 바로아래 관절에 격통이 시작돼 2∼3일 뒤면 없어지지만 6개월∼2년안에 또 다시 찾아오고 발병주기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짧아진다.발가락 관절에서부터 비롯된 통증은 시간이 지남에따라 발목·무릎·대퇴골·척추·심지어는 심장으로까지 확산된다.처음에는 붓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방치해두면 관절이 녹아 뼈의 위치가 심하게 뒤틀리게 된다.
이 통풍환자는 40대전후에는 80%이상이 남성이며 여성은 폐경기이후에 나타난다.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요산축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교수는 통풍의 최대위험인자로 음주와 고단백질 육류식품의 과다섭취를 꼽는다.
알코올은 인체내에서 분해되면서 혈액을 산성화시키고 요산의 용해를 방해함으로써 세포와 세포사이에 요산결절 생성을 촉발시킨다는 것.
또 쇠간·염통·지라·콩팥등의 고단백육류와 정어리·청어등의 어류에는 요산이 많이 함유되어 이를 과량섭취할 경우 통풍발병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비만도 통풍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므로 혈액 1백㎎당 요산치가 7㎎이상인 사람은 체중조절에 힘써야 하며 물을 많이 먹고 소변량을 늘려 신결석및 요로결석을 방지하고 요산배설을 증가시켜야 한다.
이교수는 『고요산혈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특히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에 과음과 고단백섭취가 이뤄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며 『정상인들도 1년에 한번정도 혈액검사를 받아 자신의 요산치를 점검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박건승기자>
1992-1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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