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안거쳐도 청와대 간다”/집회 취소·강행의 3당 입장
기자
수정 1992-12-12 00:00
입력 1992-12-12 00:00
▷민자당◁
종반전에 접어든 대통령선거전이 일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자당과 민주당이 11일 각각 서울 여의도광장에서의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이는 청중동원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과 교통체증등 시민불편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특히 대규모 장외집회는 군중동원 과정에서 엄청난 정치자금이 소요됐고 소모적인 세몰이 경쟁으로 이어졌던 전례에 비추어 양당의 이번 결정은 유세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국민당만은 12일 예정대로 여의도에서 대형군중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민자당◁
민자당은 11일 김영삼후보의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에서 대규모 군중집회식 유세를 벌이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후보는 이날 『여의도광장에서 백만명 단위의 대규모 유세를 할 경우 선거를 과열시키고 교통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대규모 청중동원을 통한 세몰이식 유세를 지양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민자당측이 대형 옥외집회를 자제키로 한 것은 높아진 유권자 의식에 부응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득표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군중동원을 통한 대규모 유세에 대해 다수 국민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모으는 유세」에서 유권자를 「찾아가는 유세」로 전환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를 함께 취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당초 민자당도 국민당이 12일 여의도 군중동원집회를 예고한데 이어 민주당도 대형옥외집회를 개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경쟁적으로 세과시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사기진작」차원에서 대규모 서울유세로 「맞불」을 놓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했었다.이를 위해 유세일정을 일부 조정,17일을 예비일로 일단 비워놓고 여의도광장에 대한 장소허가 신청까지 받아놓고 있었다.
그러나 김후보측은 달라진 유권자의식을 감안할 경우 87년 대선 때와 같은 대규모집회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이를 전면 백지화했다는 것이다.
민자당측은 이같은 판단의 연장선 위에서 국민당이 강행키로 한 12일 여의도집회는 현 선거판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김력을 앞세운 무리한 청중동원을 자행할 경우 오히려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즉 국민당측의 세불리기에 전혀 보탬이 안되는 「자가발전」식 소모성 집회에 그칠 것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민자당은 이같은 결정이 「비자발적」청중동원을 감행하는 국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부동표중 안정을 바라는 미정층을 흡수하는 부수적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김후보와 민자당측이 「눈에는 눈,이에는 이」식의 맞불작전을 자제키로 한 이면에는 현재와 같은 선거판세를 흔들지 않는게 좋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즉 대선 중반까지 별다른 차질없이 리드해온 만큼 막바지 단계에는 무리수를 경계하면서 「끝내기」수순을 밟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타후보측의 막판 흑색선전공세를 막아내면서 돌발적인 악재만 조심한다면 무난히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자당은 초대형 여의도 집회 대신 14·15일 이틀간 서울에서 10∼12개 권역별로 분할유세를 갖고,내실있게 부동표 흡수및 지지표 굳히기에 들어갈 방침이다.
▷민주당◁
이날 상오 김대중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회의를 열어 13일로 예정했던 여의도 집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회의가 끝난뒤 박우섭부대변인은 『건전한 선거문화의 정착을 위해 세몰이식 과열경쟁을 피하고 시민들에게 교통불편을 주지않기 위해』라고 집회 취소이유를 밝혔다.
박부대변인은 또 『혹시 있을 지 모르는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처럼 오래전부터 예정되고 당력을 기울여 준비해오던 여의도 집회를 갑자기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대규모 집회를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대규모 인원을 동원,「세과시」를 해보았자 득표율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인 것이다.
특히 민자당이 서울에서 대규모집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마당에 국민당의 12일 행사에 뒤이어 집회를 갖는 것은 「김빠지는」노릇이고 선거초반부터 줄곧 유지해온 「부드러운 민주당과 김대중후보」라는 「뉴DJ플랜」과도 상충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TV·라디오를 통한 선거연설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내 한복판의 대규모 군중집회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면서 『오히려 집회를 취소하고 TV토론의 성사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개진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부대변인의 발표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혼란」이라고 지적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대규모 집회에서 군중심리가 발동,지역감정을 드러내거나 재야단체측에서 과격한 구호를 외치고 나설 경우 결정적인 악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배경설명에도 불구하고 당 일부에서는 여의도 집회의 돌연한 취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 당직자는 지난 10일 김대중후보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날로 상승하고 있으며 13일의 여의도 대규모 집회가 끝나면 선두로 나설것』이라고 공언한 점을 상기시키며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뉴DJ플랜도 좋지만 결정적인 전환점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국민의 마음 속에 잠재된 변화에 대한 욕구를 발산케하는 최고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당◁
국민당은 민자·민주 양당의 여의도 집회 취소결정과 관계없이 12일의 관권탄압규탄대회겸 여의도 유세를 강행한다.
국민당은 민자·민주당의 취소결정이 청중동원이 어렵거나 설혹 집회를 갖더라도 「세불리기」에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당은 여의도 유세가 막판 세몰이의 결정적 계기인데다 정부의 「편파수사」를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집회인만큼 사상최대규모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당측은 유세장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특별지원단 산하에 「여의도 행사팀」을 별도로 운영해 왔다.
행사팀은 대회장이 전체적으로 고른 인파와 뜨거운 열기를 보이도록 여의도 광장을 1백개의 블록으로 나눠 열성당원과 일반당원,자발적 청중들을 골고루섞이도록 계획하는등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대회의 성패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청중수와 관련,국민당측은 『1백만명이상의 청중이 참석하는 대회가 될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성문 특별지원단장은 『지난 87년 13대 대선당시 여의도 집회보다 훨씬 더 많은 청중이 올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주영후보측은 집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정치권의 구조적 병폐와 모순을 폭로한다는 「중대선언설」을 흘리고 있다.즉 김영삼 민자당후보등의 정치자금 내역을 폭로할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다.
집회에는 현대그룹의 임직원들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현대에서도 계열사별·지역별로 벌이고 있는 관권탄압규탄대회 차원에서 집회참가를 공언했었다.
국민당이 여의도집회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대선을 불과 6일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대대적 세몰이를 통한 「국민당 바람」을 확산시킬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또 당국의 「편파수사」를 군중집회에서 부각시킴으로써 민자당의 금권선거공세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여겨진다.
한편 국민당측에선 구체적인 대회비용을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으나 행사관련업계에서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높이 5.4m,전면너비 72m의 초대형 연단과 최신음향시설의 설치비만도 줄잡아 2억원이 드는 등 전체적으로 10억원대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구본영·윤두현·이도운기자>
1992-12-12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