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를 정략에 이용말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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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9-09 00:00
입력 1992-09-09 00:00
충남 연기군내 「관권선거」를 폭로한 한준수 전연기군수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며 민주당 당사에 은신하고 있는 태도는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는다.한씨가 이른바 양심선언을 통해 선거비리를 용감하게 폭로했다면 검찰수사에도 떳떳하게 응해 법앞에 진실을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검찰의 한씨 구인을 방해하고 있는 민주당측 처사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책임있는 공당인 민주당이 구인장을 발부받아 한씨를 연행하려는 검찰수사관들의 당사진입을 막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법을 무시하는 처사다.구인장 집행에 대한 방해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된다는 것쯤은 민주당이 모를리 없을 것이다.그동안 민주당은 한씨의 폭로내용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해 왔다.그러나 한씨 구인문제와 관련해선 민주당사와 한씨가 치외법권이나 가진양 대응하고 있다.한씨와 민주당사는 정당한 법집행의 성역이 될 수 없다.법질서를 우롱하는 민주당측 처사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한씨의 소위 양심선언과 관련한 민주당의 태도가 상식을 벗어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민주당은 한씨를 이용한 폭로전술이 선거풍토 개선과 공명선거를 위한 것인지,아니면 12월 대선의 득표전략으로 이용하자는 것인지 그 의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만일 전자에 목적이 있다면 한씨를 즉각 검찰에 출두시켜야 한다.구인장이 발부되자 한씨의 은신처를 의원회관에서 당사로 옮겨 황급히 제2폭로회견을 갖도록 한 민주당의 처사는 비정상적이고 정략적임을 지적해 둔다.

한씨는 3·24총선 관권개입의 고발자이지만 자신이 바로 이를 지휘했던 「선거사범」이기도 하다.양심선언이라는 미명아래 이런 범법사안까지 덮어둘 수는 없다.

지금까지 검찰수사결과 밝혀진 부분들은 대부분 한씨의 개인적 혐의내용일 뿐 정작 규명되어야 할 고위 공무원의 개입여부 등은 충남도가 한씨에게 친전으로 보냈다는 선거지침서를 제외하곤 전혀 조사되지 않은 상태다.검찰은 그동안 한씨에게 모두 4차례에 걸쳐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한씨는 응하지 않았다.한씨가 폭로한 관권부정선거사건의 공소시효는 앞으로 2주일밖에 남지 않았다.조속한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한씨에 대한 구인장발부는 불가피한 조치였다.

도지사 이상 고위층에 대한 해임등 징계가 선행되지 않는한 연행에 응할 수없다는 한씨의 주장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한씨가 검찰에 출두하지 않는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한씨가 출두조서를 꾸며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한씨가 주장하는 고위공무원 인책도 가능한 것이다.한씨의 검찰출두야말로 이번 사태해결의 출발점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권개입의 척결을 강조해왔고 이에따라 검찰도 성역없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민자당의 김영삼총재는 8일에도 『연기부정선거는 심히 유감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토로하며 철저한 수사와 지위고하를 막론한 관련자의 엄중 문책을 거듭 다짐했다.그는 또 『이번 대선은 역사상 가장 공명한 선거가 되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우리는 정부 여당의 공명선거 의지가 확고하다고 본다.

이제 민주당이 할 일은 한씨를 이용한 선동정치가 아니라 하루빨리 정국을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1992-09-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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