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조변석개」/황진선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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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8-18 00:00
입력 1992-08-18 00:00
정치 지도자들의 성공은 그들이 국민들의 정서를 얼마나 잘 읽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된다.그런 의미에서 민자·민주당의 김영삼·김대중대표는 30년이상을 국민적 여망에 따라 행동해오며 정치권의 거목으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7일 민자·민주당을 탈당한 이종찬·한영수의원의 경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변혁기,특히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을 얼마 앞둔 시점에서 자천 또는 타천으로 정치지도자가 되겠다며 정당을 창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하지만 그런 정치인과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선거가 끝난뒤 곧 정치무대에서 퇴장당했다.

그들이 정치권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민들의 정서를 올바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신당을 창당했고,대통령후보로 나섰다고 견강부회했지만 국민들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그들이 그만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그같은 주장을 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종찬·한영수의원도 이른바 「개혁정치」와 「양금 구도의 타파」를 탈당의 변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과연 국민들이 그들에게서 새로운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것인지 의아스럽다.

오히려 더이상 당내에서 자신의 뜻을 세울 수 없거나,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소속정당의 집단적 가치보다는 사적 이기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민들이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것은 그들의 행적을 살펴보더라도 곧 알 수 있다.

그들은 한때 상당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으나 줏대없이 조변석개함으로써 그들 자신이 그같은 기대를 저버렸다.

한사람은 줄곧 양지에서 여당의 길을 걸어왔고,다른 한사람은 골수 야당의 길을 밟아왔다.여기에 정호용의원이 가세하더라도 3인3색의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함께 신당을 창당한다하더라도 이념과 정책을 같이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같은 붕당적 성격의 정당은 국민들부터 외면을 받기가 십상이고,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정치적 혐오와 무관심을 가중시키기가 쉽다.

현상황은 모든 정치인이 「갈등의 기수」가 아닌 「화해의 기수」로 행동해야 할 때이다.모든 것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판가름나겠지만 역할분담과 상황을 분별할줄 아는 지혜가 아쉽다.
1992-08-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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