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제」,연구해 볼일(사설)
수정 1992-07-05 00:00
입력 1992-07-05 00:00
우리의 생각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든 대학교수의 강의가 평가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어떤 작업,어떤 상품도 고객이나 수요자에게 평가를 받게 마련이고,그것이 품질개선의 계기나 발전의 기틀을 이루게 된다고 생각한다.교수들의 강의도,지극히 정신적인 영역이긴 하나 수요자에게 공급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평가를 필요로 하기는 상품이나 작업의 경우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더구나 교수들은 이제 어느 직업보다도 긴 정년이 보장되기에 이르렀고 안식년제도같은 중간 휴식도 보장받아가게 되었다.권익은 충분히 찾아가진 인상을 받는 것이 요즘의 대학 교수다.젊고 빛나는 후학들이 나날이 배출되지만 바늘구멍처럼 힘들어진자리를 한번 기득한 사람들은 느긋이 안일을 누릴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 품질을 평가받을 장치는 완벽하게 막아놓은채 계속 안주한다는 것은 좀 곤란한 일이다.그것은 단순히 수요자와 공급자의 도의적 관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국가 근간인 인력의 배출을 맡고 있는 대학의 교수가,창의력도 노력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아도 아무런 견제도 평가도 받지않고 얼마든지 평생직장을,그것도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위를 향유하며 지낼수 있게 된다는 것은 뭔가 좀 석연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제의된 「강의평가제의 93년 실시」에 총학장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은 이 제도가 실시될 경우에 빚어질 예상되는 부작용 때문이었다고 전한다.실력있고 까다로워서 점수에도 인색한 교수는 오히려 배척당하고,실력은 없으면서 학생들의 눈치나 잘 보는 교수나,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학생들에게 아부나 하는 교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실효보다는 의외의 부작용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만들 것이라는 것이 그들 대부분의 의견이었다고 한다.총학장들의 이같은 견해는 우울하지만 매우 그럴듯한 관찰로 보인다.더욱이 우리의 대학가는 그동안 운동권과의 과격한 마찰로 갈등이 몹시 심화되었고 깊은 불신의 늪에 빠져있다.아직도 교수를 싸잡아 「적」으로 간주하고 걸핏하면 교수의 방을 점거해서 운동권의 활동기지로 삼아버리려는 세력들이 상존하고 있다.그런 세력들이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게 한다면 어떤 엉뚱한 결과가 빚어질지 알수 없다는 우려도 충분히 타당한 판단이라고 할수 있다.유효하게 반영되기보다는 어떤 다른 목적에 이용당하게 해주는 결과를 빚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다면 평가주체를 바꾸거나 다양하게 하여 실시하는 방법이 있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갖가지 비이까지 만연하여 사회에 여러가지로 실망을 주고 있는 교수사회 자체를 위해서도 그들의 본분인 강의에 대한 평가만은 어떤 방법으로든 한번은 거칠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1992-07-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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