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서울회담에 기대한다(사설)
수정 1992-05-04 00:00
입력 1992-05-04 00:00
작년말과 금년초에 걸쳐 남북한간에는 그 대화와 교류 접촉에 있어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인게 사실이었다.그 열매가 바로 지난 2월 중순에 서울과 평양에서 서명 발효된 기본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이었다.그런데 이 개선과 진전의 바탕위에서 꽃피워야할 가시적인 형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남북고위급회담 성사 이후 오늘날 남북문제의 모든 협의와 접촉이 양당국간 공식창구를 통해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따라서 당국간의 어떤 합의가 요즘말로 수면하에서 무르익고 있다고는 보지않는다.그러나 오늘의 남북관계가 이처럼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듯한 현황을 놓고는 양당국이 수면하에서라도 무언가 진척을 보여 어느날 갑자기 국민앞에 공개됐으면 하는 생각마저 갖게된다.
남북관계대화가 지금 이처럼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첫째 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에 대한 우리측의 지나친 의미부여와 북측의 정치적 속셈이다.
그러나 우리측의 「의미부여」는 합의서와 비핵화선언자체가 갖는 역사성에 비추어 너무 지나친 것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문제는 북한측의 속셈이다.
두 문건의 발효이후 판문점에서 간단없이 진행되어온 실무접촉에서도 이러한 북한측의 속셈은 그대로 노출되었던 것이다.예컨대 합의서등의 내용에 따라 그대로 해나가자는 우리측 주장에 북측은 언제나 한발 뒤로 물러서 「합의서 이행」을 위한 개별합의서를 만들자고 버티기 일쑤이다.옥상옥이요,시간을 끌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 기다리려는 협상전술일 뿐이다.화해·불가침의 문제·교류협상의 문제·동시핵사찰 등 모든게 그러하다.
둘째 북측은 두 문건의 발효이후 지금까지 문건자체를 그들 체제와 관련된 내부정치적 선전물로 삼으면서 집안단속만에 몰두해왔다.근 두달여에걸친 김일성·김정일부자의 생일잔치행사가 그것이다.보다 정확히 지적하면 합의서와 비핵선언은 필요한 경우 그들 부자의 공적사항으로 선전되다가 또 필요한 경우 대남비방의 대상으로 둔갑되기도 한다.최근들어 북한측은 합의서의 불이행책임이 남측에 있는 것 처럼 우리당국과 언론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이 모두가 오늘날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북한측 요소들이다.
이제 오는 5일부터 남북고위급 7차회담이 서울에서 열린다.6차 평양회담이 합의서 등 발효회담이었다면 7차 서울회담은 합의서등의 개화회담이어야 한다.단 한가지 이산가족재회문제만이라도 성사돼야 한다.
1992-05-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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