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플례/이승렬 본사 수석편집위원(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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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1-15 00:00
입력 1992-01-15 00:00
그런데,출제를 너무 쉽게하는 바람에 커트라인이 무려 20∼30점이상이나 올라가 실력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기도 하고 실력의 하향평준화를 종국엔 초래하게 돼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비난이 있다고 한다.그런가 하면 『이렇게 쉽게 출제를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그래야 망국적인 과외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며 내신의 비중을 높여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찬성하는 소리도 들린다.글쎄,어느 주장이 옳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고 앞으로 장·단점이 드러나 보다 연구되면 좋은 제도의 정착에 기여하게 되겠지만 내 생각엔 일단은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관행을 바꾸는 바람에 일선 고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진로지도에 갈피를 잡기 힘들게 됐다던가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아 우수학생을 가려내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등은 귀 기울일 만하겠다.그러나 어떤 제도의 개혁이나 관행의 혁신은 속된 말로「우선은 벌여놓고 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측면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끝없이 소모적인 논의와 토론의 비효율성,그리고 개인적 이익의 집착에서 오는 편파성등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고3생의 자녀를 둔 많은 가난한 학부모들이 맛보는 좌절감과 무력감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이는 어떤 잡음과 비난이 따르더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액의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입시제도,학교공부만 충실히 하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대학,그래서 돈없는 어버이도 공연히 자식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아도 되는 교육환경을 창출하기 위한 실험이라면 일단은 해볼 만한 시도가 아니겠는가?
1992-01-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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