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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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1-05 00:00
입력 1992-01-05 00:00
정주영 전현대그룹명예회장은 4일 상오6시40분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출근하려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자 응접실로 들어가 20여분간 차를 마시며 신당창당계획등을 밝혔다.
정씨는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현대사옥 12층 사무실에 나왔다가 상오10시쯤 어디론가 외출했다.정씨와의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은퇴하고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만 발표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은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일단 경제계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앞으로 그룹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그럴 시간도 없다.새로운 일이란 정치생활이다.
정치참여를 결심한 동기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 이번 4대선거에 우리 신당까지 끼어들어 자금살포등 혼란을 줄것이라는 항간의 이야기가 있으나 우려할 필요가 없다.16세부터 20년간 농사와 공사판잡부·광산인부·쌀배달일을 했다.36세부터 50세까지는 중소기업을 하면서 돈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중동공사에서 보통사람이상의 창의력으로 성공하는 바람에 대기업을 키울수 있었다.이같은 풍부한 경험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참신한 정치를 하고 싶었다.
지원대상이 될 참신한 인물은 어떤 사람들인가.
▲3선개헌,유신 등을 통해 당시 정치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떠난 인물들이다.또 관계건 여·야출신이건 간에 정치가 창조적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망을 품고 정치를 떠났던 사람들이다.
참신한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본인들이 희망에 따라 발표할 것이다.
창당 일정은.
▲여·야 등 기존정당의 공천을 받는 쉬운 길을 가려는 사람도 있다.그래서 공천이 끝난 시점에서 확정하겠다.
그럼 창당시기는 이달 하순쯤으로 보면 되는가.
▲그렇게 보면 된다.중순쯤 발표하고 월말쯤 창당할 계획이다.
지구당 창당 등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한데 기존정치권과 제휴할 생각은 없는지.
▲어렵지만 독자적으로 하겠다.제휴할 생각은 전혀없다.
현대그룹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에 참여한다고들 하던데.
▲그 처럼 좁은 시각으로 가시밭길을 가지는 않는다.안일하게 살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어렵게 번돈을 정치에 함부로 뿌려 선거풍토를 흐리고 싶지는 않다.일각에서 얘기하는 금권정치는 하지 않겠다.운동원의 활동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만 지원하고 정치자금도 공개할 계획이다.
총선과 대통령선거 등에 직접 나설 의향은 없는지.
▲먼저 말한대로 참신한 인물들만 직접 지원할 생각이다.총선후 도지사 등 지자제선거에도 후보를 내고 대통령후보는 국민의 여론에 따라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선택하겠다.나는 총선과 대선에 직접 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총재직도 생각이 없다.
이미 63명의 발기인 명단이 마련됐다고 하는데.
▲그건 억측이다.
현대그룹을 떠난 이명박씨와 이내흔씨도 지원대상인가.
▲그 사람들 생각에 달렸다.
신당창당에는 많은 혼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측근에서 하지 말라고 말려 망설였었다.그러나 당을 만들지 않으면 현정치 상황에서 당선이 어렵다는 조언을 받고 창당을 결심했다.
신당의 정강은 정했는가.
▲나중에 발표하겠다.현대당이니 재벌당이니 하는 억측은 말아달라.정치풍토 쇄신에 앞장서겠다.지난해 7월 중국에 같이 갔던 인사들중 몇몇이 개인적으로 우리당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정치적 조언을 해주는 인사들도 많이 있다.
북방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경영에서 떠난 만큼 기업가의 입장으로는 나서지 않겠다.그러나 정치인의 입장에서 길이 있다면 적극 나서겠다.<육철수기자>
1992-01-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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