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방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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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1-05 00:00
입력 1992-01-05 00:00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서울에 온다. 92년 새해 벽두의 공식 방한이다. 연말연시도 무시해야 할만큼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측 사정으로 당초의 예정이 변경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붕괴후 세계 제일의 국제정치 중심국가로 남은 미국 대통령의 92년 첫 나들이 외교의 대상이 아시아요 한국이라는 사실은 상징과 실질의 양면에서 공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1월말과 12월초로 예정되었던 부시의 아시아 순방이 작년 11월 취소된 것은 국내 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외교문제에만 너무 열중한다는 미국내 여론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초 순방의 주된 목적이 아시아·태평양의 미국을 강조하고 한·일과의 우호·협력관계를 강화·과시하려는데 있었던 만큼 그 취소에 관계국들의 실망이 컸었다. 때문에 취소·연기·다시 계획되는 곡절을 겪은 끝에 이루어진 부시의 이번 순방은 미 국내의 비판과 아시아의 실망 및 의구심을 함께 해소한다는 이중의 목적을 동시에 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순방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의 미국을 강조하면서 시장개방의 요구도 강화하게 될 것이다. 금년은 미국 대통령선거의 해다. 걸프전 승리등 해외업적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로 인기가 크게 하락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다. 미 국내 유권자를 겨냥한 선거용 경제공세를 강화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강도도 실제이상으로 강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요구와 압력이 무차별적으로 가중되어서는 안될 것이란 점이다. 미국의 연간 적자 7백억달러 가운데 4백20억달러가 대일본 적자다. 말하자면 미국적자의 최대 원인은 일본의 지나친 흑자에 있는 것이다. 한국도 91년엔 연간 1백억달러에 달하는 무역 적자국이었다. 미국은 물론 한국의 적자도 결국은 일본의 지나친 흑자에 그 중요원인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공세의 주된 표적은 일본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우리의 경제목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시의 방한을 맞는 우리의 관심은 급변하는 세계 및 한반도 내외정세와 관련한 미국과의 협조와 협력강화에 주로 있다. 세계적인 개방과 개혁에 완강히 거부하던 북한도 마침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점이다. 연말을 전후한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선언 합의는 한반도 상황의 큰 호전을 의미한다. 이것을 어떻게 조속히 소화하고 구체화시켜 실천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이제부터의 중요한 과제다.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중요우방인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세계와 주변정세의 급변속에서 한반도 정세도 큰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늦으나마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의 시기는 언제나 혼돈과 불확실과 위험의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남북화해와 비핵화선언도 아직은 문서상의 단계일 뿐이다. 실천을 보장하고 유도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역할의 가장 중요한 일부를 맡아야 하는 것이 미국인 것이다. 특히 금년은 한미 공히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모든 면에서 허점이 많이 노출될 수 있는 선거의 해라는사실도 충분히 감안한 깊이 있는 논의와 대응이 있기를 기대한다.
1992-0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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