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정략이용 안된다/김경홍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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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12-17 00:00
입력 1991-12-17 00:00
정총리는 또 『앞으로 이합의서의 실천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건너야할 강,넘어야할 산이 무수히 가로놓여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총리의 이 말은 남북이 46년만에 도출해낸 「합의서」는 7천만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시발점이며 앞으로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함께 극복해야될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남북합의서채택이후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도대체 「국가」와 「특정집단」의 이해를 아직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들게한다.
민주당은 「남북간의 합의서서명은 해방이후 최대의 경사」라면서도 국회차원의 「지지결의안」채택은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비준 또는 비준에 준하는 국회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이 합의서로 인해 「예측못할 정치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국회를 열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민자당내의 한 계파는 「대권과 관련한 정치일정이 변경될 우려가 있다」 「내각제를 포함한 개헌논의가 가시화될지 모른다」면서 남북합의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정파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통일과 관련한 국가와 민족차원의 정책마저도 정파의 당리당략적 이해에 결부시켜 정치적 목적에만 이용하려 한다는 국민적인 질타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예측못할 정치적 사태」니 「대권관련 정치일정 변경우려」주장은 도대체 통일문제와 어떤 연관관계를 가지는가.
자신들도 예측하지 못하는 정치적 사태나 일정이 잡히지도 않은 대권문제를 눈앞에 닥친 통일문제에 굳이 갖다붙이는 태도는 다수국민들의 정서를 정면으로 거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은 독일의 경우 동서독간 기본조약에 대해 국회의 비준동의절차를 밟았으며 과거 7·4남북공동선언이 유신독재로 이어졌고 핵문제와 군축문제가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간 합의서의 실효성은 미지수라는 등등의 이유로 지지결의안 채택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의 국제상황과 국내정치상황이 70년대초반과 같지 않다는 점,오랫동안 서로를 국가로 인정해왔던 동서독과 우리의 남북관계가 현저히 틀리다는 점,핵및 군축논의가 이제 출발점에 섰다는 지적에 먼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통일문제에 있어서 정치권이 초당적 합의를 이르고 정부의 노력과 결실에 대해 격려와 채찍질을 하는 한층 높은 시각과 비전을 가져주기를 국민들은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1991-12-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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