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수당」의 반납운동(사설)
수정 1991-12-12 00:00
입력 1991-12-12 00:00
그래도 「스승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돈투정」을 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인다는 것에 사회의 시선이 비판적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그러나 그돈이 단돈 「1천원」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그것도 20년동안 묶여온 액수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스승이라도 분노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거듭 이야기되어온 일이지만 교사들의 업무여건은 다른 어느 직종에 비해서도 열악하고 부담이 과중한 것이 사실이다.초 중 고의 50%이상의 교사가 51명이상의 과밀학급을 가르치고 있고,여름이면 선풍기 하나 없거나 겨울이면 아직도 석탄이나 나무를 난로에 때는 교실에서 가르치는 교사가 절반이 넘는다.
이런 어려움은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다.교실도 교과서도 과학기재도 없는채 「교사」만이 이끄는 교육을 우리는 「건국」 이래 계속해 온거나 진배없다.그런 역경을 딛고도 가르치는 일에 정열과 정성을 다해온 교사들 덕에,그들이 길러준 인재의 실력으로 오늘 우리는 이만큼 성장해 왔다.
교사들의 이 막중한 공헌에 나라와 사회가 별로 고마워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20년묶인 1천원짜리 주임수당』이라고 교사들은 생각하는 것이다.방금 일고 있는 「서명운동」은 그런 분노의 분출이라고 할 수 있다.그것도 우연의 분출이 아니라 예산국회가 하필이면 「교육여건 개선에 관한 예산 1백71억원」을 깎는 바람에 그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예산만 통과되었다면 92년에 이르러서야 20년만에 신설되는 각종 주임 수당에 힘입어 「1천원」이 「3만원」으로 현실화할 예정이었다.1천원과 3만원의 차이가 「풍족」을 보장할만한 것은 아니다.다만 「스승 대접하기」에 나라가 성의를 다한다면 의지를 가늠하기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흔히 30년 봉직한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의 봉급과 큰 기업체에 15년정도 근속한 차장급 봉급이 비교된다.교장선생님의 그것이 젊은 월급쟁이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이런 비교는 까딱하면교직의 신성함이나 고귀함에 대한 모독일 수 있으므로 우리는 덮어놓고 찬동하지는 않는다.다만 이런 격차들이 교육일선에서 봉사하는 스승들의 마음을 황폐하고 패배주의적이게 만든다면 걱정스런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스스로 자신의 교직을 냉소와 자조의 시선으로 후회하는 스승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결과가 되기때문이다.
게다가 교사들은 『다음 총선에 보자』고 벼르고 있다.스승과 정치인들이 맞붙어 으르렁거리는 형국이 되고 있다.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불가피한 양상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자들까지 집단리기주의로 무장되는 살벌한 양상같아서 암담한 생각이 든다.이런 일을 국민 모두는 우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1991-12-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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