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의 원칙과 방향(사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1991-11-14 00:00
입력 1991-11-14 00:00
국제사회에서의 국가간 수교란 당사국간 상호이해와 협조,우호협력의 기초위에서 이뤄지는 「관계정상화」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때 현재 한국과 중국,중국과 한국과의 정식수교문제는 국제사회의 관계원칙면에서 일단 무르익은 시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정세추세와 제반여건도 그러했다. 한국의 유엔가입을 전후해서 한중수교가 이뤄지리라는 관측아래 양국의 관계인사들이 오가며 어떤 「분위기」가 전해지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각료회의(APEC)를 위해 서울에 온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의 입장과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은 상당한 수준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관계개선의 폭과 깊이를 축적하고 있다. 이런 단계에서 전외교부장은 중국의 각료급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당국자인 것이다. 그가 엊그제 청와대로 노태우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중 수교와 관련한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비수교국간 국제외교관례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과 전외교부장은 이번 면담에서 한중 조기수교 원칙에 인식을 같이 했을 것이라는 게 APEC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따라서 국제사회의 원칙과 그같은 인식에 입각할 때 한국과 중국,중국과 한국은 이제 정식수교 관계에 들어설 여건과 분위기를 성숙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 한 국가의 외교책임자가 미수교국 국가원수를 예방한 것은 양국이 사실상 수교단계에 진입하는 의미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한 외교관례상의 측면이 아니더라도 한중양국은 이미 수년간의 관계개선을 통해 무역대표부를 상호 설치했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인적·물적 교류 등 실질관계를 구축해온 것이다.

양국간의 연간 교역은 38억달러 이상의 수준에 이르렀으나 다만 금년 1월부터 6월까지는 근 5억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대중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무역협정·이중과세 방지협정 및 투자보장협정 등의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측면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현재 적자교역의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한중수교가 양국간의 발전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긴요하다는 북방정책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한중수교는 다음의 원칙과 방향을 지향해야 할줄 안다. 첫째,양국은 상호 상대방의 주권존중과 호혜평등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둘째,중국측이 고려하고 있는 듯한 대북한 관계가 이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대만과의 관계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남북한 동시유엔가입으로 상징되는 탈냉전,새로운 화해의 국제정세 추세가 그것을 가르쳐 준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간 관계발전을 위해서는 사실상 수교보다 공식적인 수교가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991-11-14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