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으나 「완전평화」까진 먼길/휴전선포 이후의 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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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8-08 00:00
입력 1991-08-08 00:00
◎적대감 여전… 재충돌 불씨 남겨

산발적인 유혈충돌이 거듭됐던 크로아티아공화국에서 7일부터 휴전이 발효됨에 따라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을 안고있던 유고슬라비아사태는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제까지 크로아티아가 전투를 벌인 상대는 비록 연방군의 지원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화국내 세르비아인일 뿐 연방군과의 싸움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휴전이 공화국독립을 향한 진일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연방군과의 전투를 거쳐 연방군의 철수라는 「승리」를 얻어낸 슬로베니아공화국의 경우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또 교전당사자들간의 적대감이 한껏 고조돼있고 양측의 민병대가 해체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연방군마저 계속 크로아티아에 주둔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독립협상진전여하에 따라 재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끝없는 전투를 계속할 것처럼 보이던 양측이 이처럼 선뜻 휴전에 합의한 이유는 각자가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고 더이상 싸움을 계속해서 득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크로아티아입장에서는 중재에 나선 EC사절단에게 평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세르비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세르비아게릴라들도 자신들의 통제지역을 확장시켜놓은 상태다.연방군을 통해 공공연하게 세르비아게릴라들을 지원해온 세르비아공도 무력충돌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주변국들이 공화국 독립을 승인하는 불행한 결과를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크로아티아에서의 유혈충돌이라는 샛길로 빠졌던 관심의 초점은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지난 6월25일 독립을 선언한 크로아티아 및 슬로베니아공과 연방정부간에 벌어질 독립협상의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고슬라비아가 자발적으로 공화국 독립허용과 연방해체라는 합의를 도출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유고의 주도권을 쥐어온 세르비아공 등은 공화국의 권한을 다소 강화해 느슨한 연방체제를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양공화국도 한때 느슨한 연방제 수용의사를 갖고있는 듯 했으나 독립선언 이후 연방군과의 충돌을 겪으면서 독립추구 외길노선을 걷고있다.세르비아공은 연방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차선책으로 서북쪽에 치우쳐있고 규모도 작은 슬로베니아에 대해서만 독립을 허용하거나,그것마저 안된다면 크로아티아공내 60만 세르비아인들의 집단거주지역이라도 할양받겠다는 태도다.그러나 크로아티아는 영토의 일부도 빼앗길 수 없다는 자세다.

따라서 무력이나 거센 국제압력이 있기 전에는 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문제해결은 지극히 어려운 현실이다.연방군에 의한 무력사용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공화국 독립을 앞당겨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한계를 안고있다.



연방군이 무력진압을 시도하지 않는 한 국제적인 압력이나 섣부른 독립승인도 기대하기 어렵다.유럽을 위시한 국제사회에서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민족자결원칙과 국경불변경원칙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결국 유고는 지난해초 독립을 선언했던 소련의 발트3국처럼 이변이 없는 한 독립협상을 지지부진한 개점휴업상태로 남겨놓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김주혁기자>
1991-08-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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