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내전불씨 크로아티아로
기자
수정 1991-07-25 00:00
입력 1991-07-25 00:00
유고 내전의 불똥이 슬로베니아공화국에서 크로아티아공화국으로 넘어갔다.
프란요 투즈만 크로아티아공대통령은 22일 오리드에서 열린 유고연방평화협상에서 크로아티아 민병대의 무장해제 요구를 거부하고 퇴장한뒤 크로아티아인들에게 TV연설을 통해 『수일내에 있을지도 모를』 연방군과의 전쟁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투즈만대통령은 연방군이 슬로베니아에서 철수하는 것처럼 크로아티아에서도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앞으로 어떠한 평화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세르비아공화국은 크로아티아공내의 소수민족인 세르비아인들을 보호하고있는 연방군이 철수할 경우 이들에 대한 탄압으로 내전이 발생,피바다를 이룰것이라며 일축해 발칸반도에 또다시 전운이 드리워지고있다.
유고연방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공화국 민병대가 먼저 무장해제할 것이냐,연방군이 먼저철수할 것이냐를 놓고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버티며 평화를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가운데 크로아티아공 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지난 5월이후 1백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지난 6월 25일 연방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선언한 2개공화국중 슬로베니아가 연방군과의 내전으로 총64명의 희생자를 낸뒤 국경통제권 회복과 연방군 철수라는 「승리」를 얻어내면서 독립준비단계로 접어든 반면 크로아티아는 오히려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슬로베니아공은 지역적으로 북서부쪽에 치우쳐있고 규모도 적어서 최악의 경우 떨어져나가도 큰 지장이 없지만 크로아티아공은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규모도 6개 공화국중 2번째로 크며 메시치연방간부회의의장(대통령)과 마르코비치총리 연방정부에 요직에도 크로티아인들의 배치해 돼있는 등 차이가 있기때문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크로아티아공의 독립은 그야말로 유고연방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슬로베니아공은 인구 2백만명가운데 대부분이 슬로베니아인이어서 소수민족문제가 거의 없지만 크로아티아공 인구 4백50만명중에 60만명의 세르비아인들을 비롯,소수민족들이 많기때문에 이들에 의한 연쇄적 독립투쟁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세르비아인들은 이미 자신들의 집단거주지역을 크로아티아공에서 분리,세르비아공으로 편입시킬 것을 결의했고 세르비아공도 크로아티아공이 독립할 경우 세르비아인 집단거주지역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크로아티아공은 물론 이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 사이의 뿌리깊은 적대감과 이를 부추기는 양측의 언론도 평화적인 위기해결을 어렵게 만드는데 한 몫 하고있다.그리스정교도인 세르비아인과 가톨릭을 신봉하는 크로아티아인들은 민족 언어 종교가 모두 다를 뿐 아니라 유고왕국으로 통합되기 전인 1차대전 당시까지만 해도 크로아티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소속으로 세르비아왕국과는 적대관계에 있었다.세르비아인들은 2차대전 당시 크로아티아인들로 구성된 친나치 파시스트괴뢰정권에 의해 수십만명의 세르비아인들이 학살된 쓰라린 기억을 되새기며 크로아티아의 파시즘 부활을 경고 하고 있다.크로아티아인들은 공산화이후 연방의 주도권을 잡고 압제로 일관해온 세르비아가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방해하는 것은 기득권을 상실하지 않으려는 패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같은 복잡성때문에 크로아티아의 독립행보는 슬로베니아와는 또 달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EC와 미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중재노력과 유고연방군부의 반응등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한바탕 내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김주혁기자>
1991-07-25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