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국이 앓는 「선진국병」(사설)
수정 1991-07-17 00:00
입력 1991-07-17 00:00
외국언론인들의 우리경제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그 자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현실을 재확인케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한다.물론 외국언론의 보도에 앞서 국내 경제연구소나 학계 등에 의해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그런 문제들을 외국언론들이 다시 환기시키는 것을 계기로 삼아 우리경제를 재조명해 보는 것은 매우 긴요한 일이라 생각한다.일본경제신문은 『고금리와 노사분규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투자가 옮겨지는 등 벌써부터 경제의 고령화가 눈에 띄어 한국경제가 「조숙조로」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의 보도에서 더욱 주목되는 점은 『88년 서울올림픽 당시만 해도 3년후면 일본을 따라잡겠다던기백이 팽배했으나 지금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올림픽 성공이라는 술잔에 취해 한국인 특유의 끈기를 잃고 있다』는 대목이다.우리 근로자들은 88년 극심했던 노사분규이후 근로의욕을 눈에 띄게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고도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에서 제일 근면하다』고 평가를 받았던 양질의 근로자가 있었기 때문이다.자원이 없고 자본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최대 자산은 「하면 된다」는 국민적 합의아래서 경영자와 근로자가 그들의 모든 에너지를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에 집결시킨데 있는 것이다.자원이 없고 자본이 부족한 나라에서 노동은 성장의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이 노동력,즉 근로자들이 이제는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은 기피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근로자들의 근로의욕 상실에다가 경영인들마저 의욕상실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은 진단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선진국병에 걸릴 시점에 있는가.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P는 5천5백69달러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4분의1에 불과하다.이상황에서 선진국에서나 나타나고 있는 일하기 싫어 하는 풍조가 나타난 것이다.중진국의 수준에 있으면서 미국같은 선진국에서 나타난 제조업기피현상이 우리경제에 넓게 파급되어 있어 심상치가 않다.
미국이 가장 앞선 기술과 넘치는 자원 및 자본을 갖고 있으면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전락한 것은 바로 제조업기피현상에 기인된다.미국은 제1의 경제대국이 된뒤 경제의 노화현상이 나타난데 비해 우리는 중진국권에서 그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외국언론으로부터 조숙조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조로화현상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 모두가 「경제하려는 의지」로 돌아가는 것이다.경영자는 왕성했던 비즈니스 마인드를 되찾고 근로자는 흐트러진 근로의욕을 제자리로 복원 시켜야 할 것이다.
1991-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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