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화 조정」 뜨거운 논쟁/재무부 “상향조정”주장에 한은선 반대
기자
수정 1991-06-13 00:00
입력 1991-06-13 00:00
총통화(M□)증가율 억제선의 상향조정 문제가 올 하반기 경제운용에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단자사 업종전환에 따라 하반기 총통화증가율 억제목표를 2∼3% 상향조정할 뜻을 내비친 이용만 재무장관의 지난 10일 기자간담회 발언 이후 재무부는 이에 대한 심각한 반대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반대여론의 바탕에는 통화당국이 단자사 업종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워 사실상 통화공급을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깔려 있다.
재무부의 총통화증가율 상향조정 방침에 대해 경제운용의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경제기획원은 아직까지는 매우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노골적으로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총통화증가율 억제목표의 상향조정에 관한 관계부처간 협의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무부는 오는 7월부터 8개 단자사가 은행·증권사 등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중유동성의규모는 변함없이 총통화에 포함되지 않는 단자여신의 일부가 총통화에 포함되는 은행여신으로 바뀌어 총통화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통화지표상 총통화증가율 억제목표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은행 또는 증권사로 업종이 전환되는 8개 단자사의 여신규모는 9조원에 이르며 이를 내년 상반기까지 향후 1년 이내에 모두 정리해야 한다. 이 경우 단자여신이 축소됨에 따라 은행·증권·보험 등 여타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공급이 늘어나 단자여신 축소분을 메우게 되는데 은행·증권·보험사 등에 어떤 비율로 배분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재무부는 단자여신에서 은행여신으로 대체되는 규모가 2조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총통화 70조원의 3%에 가까운 규모다.
이 재무장관이 총통화증가율 상향조정폭을 2∼3%로 제시한 것은 이같은 예상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단자사의 업종전환으로 자금의 공급경로가 바뀜에도 불구하고 이에 수반되는 계수조정을 해주지 않을 경우에는 단자에서 은행으로 자금공급의 경로가 변경되는 부분 만큼 사실상 통화를 환수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재무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단자여신 축소분 9조원 중 은행창구로 몰릴 자금수요가 얼마에 이를지는 시장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히 그 규모를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총통화증가율 상향조정폭 안에는 단자사 업종전환과 무관하게 실질적인 통화증가를 초래하는 부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표상의 총통화증가율 억제목표의 상향조정만으로도 시중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단자사의 업종전환에 따른 총통화증가율 억제목표의 상향조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등 외견상 재무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기획원측은 물가불안심리 등을 감안할 때 상향조정폭은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달 하순에 열릴 관계부처간 협의과정이 순탄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한은과 KDI는 보다 직접적인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관은 올 1·4분기중 실질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2% 가까이 앞질러 실물경기가 과열국면에 있는만큼 경기진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통화공급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염주영 기자>
1991-06-13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