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반도경제권」 구상(사설)
수정 1991-03-09 00:00
입력 1991-03-09 00:00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일본방문을 계기로 「환 동해경제권」 구상을 발표하고 구체화 시킬 것이라는 일본의 최근 보도는 이처럼 활발한 동아시아 국제사회의 움직임의 일환으로 우리는 물론 동아시아인들의 주목을 받을만 하다고 본다. 이 구상은 당초 일본의 지식인·경제인들간에 거론되던 것으로 일본에 의한 주도는 군국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것을 이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창하고 나서게 되었다는 보도인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종래의 「극동·시베리아개발」 구상을 확대,이번 동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환 동해경제권」 구상을 발표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이 일소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을 빌려 제창된다면 세계적인 반향과 주목의 대상이 될 것이 틀림없다. 광대한 영토의 소련이 갖는 풍부한 자원과 경제대국 일본과 선진개발도상국 한국의 기술·자본·경험 그리고 인구 10억 중국의 노동력을 결합하겠다는 이 구상은 21세기를 지향하는 야심에찬 계획으로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미경제권 및 유럽공동체 경제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3대 경제권의 하나를 형성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국가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해관계다. 경제부진을 극복해야 하고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소련과 비슷한 이유의 중국 그리고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불어닥치는 무역풍을 견디며 돌파구가 될 제2의 뉴프론티어가 필요한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지역국가들의 이해관계는 상당히일치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한반도는 「환 동해」 보다는 「환 한반도」라는 포현이 더 어울릴 만큼 그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표현이야 어떻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경제권 구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반도 분단상황의 종식이야말로 그러한 구상의 전제조건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반드시 남북한이 통일되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상호협력의 상황은 전제되어야 「환 한반도경제권」 구상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란 것은 지도를 한번만 들어다보면 곧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련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북한도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상황이 이 지역 경제의 자연스럽고 유익한 흐름을 얼마나 방해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다시한번 곰곰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환 동해경제권」 구상이 한반도 분단의 동아시아에 대한 비생산적 모순성을 주변국들에 일깨우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1991-03-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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