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 낙관할때 아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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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3-03 00:00
입력 1991-03-03 00:00
걸프전의 종식으로 우리경제가 호전되리라는 일부의 낙관적인 전망은 그 자체가 너무 많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논거는 엊그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분기별 경제전망에서 적지 않이 나타나고 있다. 걸프전이 끝나면 유가불안이 종식되는데도 불구하고 KDI의 국내경제 전망은 전전의 예측수준을 별로 벗어나 있지가 않다.

전쟁이 끝나 국제유가가 내리면 국내물가가 내려야 하고 원유도입 비용이 줄어 국제수지가 개선되어야 옳다. 그러나 KDI예측의 경우 국제유가가 종전 배럴당 25달러에서 20달러로 인하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도 경제가 호전될 것으로 보지않고 있다. KDI는 실질성장률이 당초보다 약간 높은 7.4%,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수지 적자액은 당초 예상보다 4억달러나 오히려 늘어난 3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정도 내리게 되면 원유수입부담 감소로 30억달러 정도의 외화절약이 발생하는데도 국제수지 적자폭은 늘고 있는 것이다. 물가 또한유가가 배럴당 5달러 내리면 대략 1.25%포인트 정도 낮아져야 계산이 맞는다. 그러나 KDI의 분석과 전망은 그렇지가 못하다. 왜 그런 전망이 나왔는가 하면 현재 우리경제는 대외여건(국제유가) 보다는 대내적 요인에 의하여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경제는 체질문제와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아울러 갖고 있다. 국민소득이 5천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민들이 소득계층에 거의 관계없이 과소비가 체질화되어 가고있다. 산업구조는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의 지연으로 고도화는 커녕 구조조정도 끝내지 못하고 있는게 우리경제의 현실이다. 근로자들 역시 지난해 제품의 불량률이 6.1%에 달할 정도로 일에 정성을 쏟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제의 그림자속에서 올들어 지난 두달 동안 물가가 3.5%나 올랐다. 10년만의 최대기록이다. 우리는 누차 지금은 성장과 안정의 양립이 불가능한 때이므로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라고 촉구한 바 있다. KDI의 건의도 같은 맥락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금융과 재정면에서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등 안정의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자제를 유도해야 할 시점에 있다.



또 정부의 안정화 정책은 모든 경제정책과 상호 유기적 연관관계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걸프전이 끝났다고 해서 그동안 추진해온 에너지절약 시책을 거두어들이는 것은 안정과는 배치되는 일이다. 그동안 에너지절약 시책이 국민경제의 현안과제인 과소비현상을 진정시키는데 적지않이 기여했다. 근검과 소비절약정신이 모처럼 정착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시책을 백지화하는 것은 옳지가 않다.

미국과 통상마찰의 요인이 되기까지 했던 과소비가 걸프전으로 인해 진정되어왔다는 것은 국민의 자세여하에 따라 과소비를 추방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정부나 국민모두가 근검하고 절약한다면 물가와 국제수지의 불안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주체가 비록 종전이 되었지만 당분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물가안정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1991-03-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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