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참담한 모습들(사설)
수정 1991-02-13 00:00
입력 1991-02-13 00:00
국회의원이 아무리 맷집의 대상이고 빈축당하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한사람의 쓸만한 국회의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투자되는 시간과 힘은 막대하다. 더구나 야권에서 활약해온 정치인은 그 시련과 투쟁의 축적이라는 뜻에서도 그렇게 소모품처럼 생각할 인재들이 아니다. 오늘에까지 이르른 개인사적인 측면만 보아도 이렇게 끝나게 하기는 아까운 사람들이다.
비록 습관적인 몸가짐 탓에 담담하고 의젓하기는했지만 어느 순간 눈물이 도는 시선을 서둘러 감추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스스로의 일생 망치고 나라에 손실주고 국민에게 좌절감 안겨주는 이런 일을 이제는 제발 끝내 주었으면 좋겠다. 내 손으로 뽑은 우리의 의원들이 떳떳하고 능력있어서 좋은 정치를 하고 나라를 위해 공헌하는 성과를 보는 일을 고대한다. 그런 우리에게 이런 꼴좀 보여주지 말았으면 한다.
능력이 있어서 크고 중요한 일을 맡겼던 공직자들이 파렴치하고 야비한 혐의를 받고 초췌한 모습으로 죄인처럼 승용차에 오르고,포승줄에 얽히고 초주검이 되어 끌려가는 모습은 국민을 슬프고 서글프게 한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공을 쌓고 노력하고 때로는 헌신과 기여를 그만큼 했으면 그 공적이 아까워서라도 부정이나 비리의 오염된 물에 발을 담그는 짓은 못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가졌더라면 이런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우리를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이들의 과오나 죄가 이들만의 것이 아니고 그저 「불운」해서 걸려든 희생양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며 자위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나만 억울하게 당했으므로」 정상이 참작되고 가벼이 응징 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더 큰 잘못이다. 어떤 경우라도 허물이 성립되는 데는 책임져야 할 필연성이 있게 마련이다. 연루된 당사자들은 받을 벌을 다 받고 그 허물이 구성하고 있는 핵심적인 불의의 요인들을 밝혀내는 일에 도움이 되어야 거듭 날 수 있다.
다만 이 참담한 몰골의 동료나 이웃을 보며 많은 공직자와 지도급 인물들이 심신을 다스려야 할 일은 있다. 이렇게 끝나는 인생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야한다. 해묵어서 언제 죄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모든 관례와 부조리들도 이제는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때가 되었음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비리산맥에서 어쩌다 희생물이 되어 무너져 가는 동료들을 보고 제대로 각성도 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조만간 같은 지경을 당할 것이다.
1991-02-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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