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 「비상처방」시급/1월 물가 「최대폭」상승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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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2-01 00:00
입력 1991-02-01 00:00
◎대규모 팽창 예산이 「불안 심리」 자극/공공요금등 오르고 걸프전도 영향/재정·통화 긴축 포함한 안정책 나와야

80년이후 최악의 물가 위기가 또다시 우리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발표하기가 겁이 나고 부끄럽다」는 물가 당국자의 말은 우리 경제가 처한 물가 위기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31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폭 2.1%는 84년 한햇동안의 상승폭(2.3%)과 맞먹는 수준이다. 경제 안정기조가 튼튼했던 시절 12개월분의 상승치가 1월 한달동안에 압축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경제 안정기조」라는 말은 아득한 「옛날 얘기」가 돼버린 느낌이다. 정부와 소비자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악몽과도 같은 80년초의 물가 몸살을 한번 더 겪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올해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80년초의 상황과 흡사한 점이 많다. 대외적으로는 이란의 회교혁명으로 야기된 당시의 국제유가 불안이 지금은 걸프전으로 재현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극도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만연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이같은 물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경제안정화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의 물가 위기는 지난해부터 충분히 예건됐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9.4%선에서 억제,간신히 「한자리수 물가」를 유지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주부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미 한자리수를 넘어서 서민들의 가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두차례의 추경예산 편성에 이은 91년 예산규모의 대규모 팽창은 국민들의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5년간 거의 동결되다시피 해온 각종 공공요금은 억제의 한계점에 도달해 정부가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가억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특히 공공요금의 경우 5년간 누적된 인상요인을 한꺼번에 조정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관장하는 공공요금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물가불안을 조장하는 물가악재가 되고 있다. 모든 가격을 억누르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며 일단 인상요인이생기면 그리고 이것이 장기간 현실화되지 못한 채로 쌓이게 되면 결국에는 엄청난 「누적의 폐해」를 경제에 끼치게 된다는 점을 입증해주고 있다.

지난해의 방만한 통화관리도 물가불안에 더욱 불을 지핀 요인이다. 총통화 증가율은 21.3%로 지난 82년에 28.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것은 물론 기획원이 지난해 초에 경제운용계획에서 설정한 총통화증가 억제목표 15∼19%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정부의 씀씀이(재정)가 헤퍼지고 돈을 마구 풀어내면서도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씀씀이가 헤펐고 통화는 스스로 설정한 목표마저 지키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를 「정부를 포함한 각 경제 주체들의 경제활동 결과로서 나타난 수치」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운용의 이모저모를 잘 짚어보면 현재의 물가 위기는 상당부분이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정책의 선택과 집행을 통해 자초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가 당국자는 「1월중 물가동향」을발표하면서 이같은 물가 폭등은 어디까지나 농축수산물의 가격 및 수급불안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한다면 2월부터는 물가 폭등세가 현저히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1월중 물가상승 내역을 보면 이같은 낙관적인 판단도 일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부문별 상승률로는 개인 서비스부문이 1월 한달동안 7.7%가 올라 인플레 기대심리와 연쇄적인 편승인상을 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축수산물은 3.2%,공산품은 0.9%,공공요금이 0.8%씩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월중 소비자물가를 2.1% 상승시키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지는 기여도로는 농축수산물 부문이 0.93%포인트로 가장 높다. 그다음은 개인 서비스부문이 0.67%포인트,공산품이 0.23%포인트,공공요금이 0.16%포인트의 순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상승률과 기여도를 종합하면 농축수산물과 개인 서비스부문이 물가폭등의 주범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월부터 물가 폭등세가 현저히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여전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설날인 15일을 전후해 시내버스 등 각종 버스요금을 인상할 예정이다. 버스요금 조정은 지난 5년간의 인상요인 누적분을 해소하기 위해 「두자리수 인상률」이 적용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가당국은 각종 버스요금을 평균 20% 인상할 경우 이것만으로도 2월의 소비자 물가가 0.6%포인트 오르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또 2월중에 연안여객선 요금을 20% 가량 인상해줄 방침이다. 이밖에도 의료수가와 고속도로 통행료 등 각종 공공요금인상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국내 유가를 추가인상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물가불안 요인은 도처에 널려 있다. 현재의 물가불안을 농축수산물의 수급불안 등 단순한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에는 구조적인 불안요인이 너무나 많다.

정부는 올들어 1월 한달동안에 모두 14차례의 크고 작은 물가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때마다 공정거래법에 의한 처벌이나 세무조사 등 갖가지 물가 억제대책이 양산됐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은 대부분 대증요법에 그칠 뿐 원인 치유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르는 물가를 억누르기보다는 오를 요인을 만들지 않는 것이 물가안정의 첩경이다. 품목별 가격관리책도 중요하지만 재정과 통화의 긴축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경제안정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염주영기자>
1991-02-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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