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전 나던 날… 증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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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1-18 00:00
입력 1991-01-18 00:00
○…페르시아만에 전쟁이 터진 17일 주식투자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한번 더 놀라야 했다. 전쟁발발 급보에 이어 주가폭등이란 상상밖의 뉴스에 접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텔레비전의 전쟁 속보에 얼을 빼앗긴 동안 주식투자자들은 증권사 점포로 줄달음을 쳤다. 발로 뛰는 것보다 전화가 빨라 증권사 점포의 전화기는 아무종목이나 사달라는 고객들의 매수 주문으로 불이 날 지경이었다.
이날의 각 증권사 객장에서는 투자자간에 「사자」 전쟁이 일어난 셈이다.
이같은 매수 열풍에 주식시세 전광판이 상승 신호의 빨간 불로 달궈졌고 매물부족과 함께 지수가 도약에 도약을 거듭했다.
○…전쟁의 발발이 곧바로 폭등장세로 연결되자 증권관계자들도 놀란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전쟁이 나면 전황의 전개양상에 상관없이 2∼3일간은 대폭락이 불보듯 뻔하다고 자신있게 예측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폭등을 두고 『한국인의 베팅(도박) 근성은 알아줘야 한다』느니 『미국의 파워에 대한 우리의 전폭적인 신뢰와 기대를 아주 원시적으로 표현했다』는 등의 풀이가 나오기도.
○…그러나 『악재가 드디어 사라졌다』 『먼 나라의 전쟁은 호재이기 일쑤였다』는 투자심리를 들먹이며 이를 당연시하는 관계자도 없지 않다. 페만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간 와중에서도 고객예탁금이 전년말보다 15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증가해 와 3천8백억원 이상 늘어난 사실에 주목하면 개전일의 폭등장세를 우발적이라든가 상식밖의 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한탕주의 성향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사태의 해결에 대한 기대가 어느 나라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연초의 고객예탁금 증가세는 지난해 10월 반대매매 이후의 급등국면 당시 보다 가파른 것이 사실이다.
○…후장들어 「사자」 열기는 한층 더 가속이 됐는데 일례로 명동점포의 경우 2천주를 상한가로 주문했음에도 체결된 양은 고작 1백주에 그쳤다. 1천9백주가 상한가 잔량으로 남은 것이다.
한편 개전일의 주가예측에서 형편없는 낙제점을받은 증권관계자들은 항후 주가의 향방이 다국적군의 우세여부에 전적으로 매달려있다는 상식적인 말 외에는 특별한 전망을 피하고 있다.<김재영기자>
1991-01-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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