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서울 당산동에서 일어난 고3생 살인광란 사건을 보는 느낌은 착잡하다. 기사가 설명하는 사연은 대입낙방에 충격을 받아 아버지를 숨지게 한뒤 이웃부인들까지 중상을 입힌 것으로 되어 있다. 사건 하나로만 보면 특별한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언뜻 이 사건은 하나의 정신질환 증세이고,그렇다면 이런 형의 10대 증세는 사실상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섬뜩해 진다. ◆89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연구가 기억난다. 88년 한햇동안 의료 보험으로 진료를 받은 정신장애 치료건수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1백명당 2명꼴로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질환자의 연령별 분포에서 10대와 20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도 발견했다. 가장 적을 수 밖에 없는 10대 미만군을 기준으로 10대는 3배,20대는 다시 10대의 3배로 커지고 있다. ◆30대를 넘어서는 다시 내려간다. 이 급격한 청소년기의 증폭은 물론 우리만의 기형이다. 88년 서울대 의대의 국교생 조사에서도 이 심각성은 재확인된다. 세계 어느 나라어린이 보다 정신신경적 증세를 많이 갖고 있었다. 2천4백명 규모의 샘플에서 64.6%가 집중력을 잃고 있었고 과잉몸짓 60%,말다툼 57%,불안공포감 44%,소심증 49% 등의 정서적 장애를 받고 있었다. ◆현대사회가 정신질환자들을 늘게하고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오늘날 도시의 닭장같은 삶의 환경과 산업조직사회에서의 스트레스 조건들이 만들어 내는 증상들은 우리도 이해할 수 있고 또 제법 잘 견디고 있다. 어른들의 증상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타국들에 비해 다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10대의 현상은 막막한 것이다. 진학위주 기능적 경쟁교육과 턱없는 과보호가 원인이 된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서적 감수성 키우기의 프로그램들이 있어야 하고 각급 학교마다 카운슬러교사들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겠다는 항목들은 아직도 묵살되고 있다. 계속해서 광란의 엽기사건들을 겪으며 살자는 뜻이 되는 것이다.
1991-01-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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