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석은 아직도 「통일전선」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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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1-05 00:00
입력 1991-01-05 00:00
올해 남북한 관계개선과 대화 및 교류의 내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기대와 우려,낙관과 비관이 반반씩으로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최근 안팎의 정세로 관측컨대 북한이 아직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보다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의 현실인식과 정책선택에서부터 양쪽은 다른 입장에 서 있다. 노태우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주변정세의 급속한 변화속에 남북한 관계가 큰 전기를 맞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은 남북문제에 임하는 인식의 명료성과 자세의 유연성에 기초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주석 김일성은 신년사를 통해 여전히 「고려연방제」와 「민족통일 정치협상회의」를 제기했다. 특히 『통일을 위해 각당 각파의 정치세력과 각 계층이 주장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서로 연대 연합해서 거족적인 대중운동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무엇인가. 너무도 선명한 「통일전선전략」의 재천명이다.

대화로써 협상하고 교류로써 접촉하며그 축적 위에서 통일의 길을 다지고자 하는 마당에 「대남혁명통일전선」의 재천명은 분명히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의 우리측 대북정책은 국제정세의 급변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북정책의 연장선 위에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추진돼왔다. 소련과의 수교,중국과의 관계개선은 북한을 배제하는 것도,고립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서게하여 한반도문제 해결의 한쪽 당사자로서의 위치를 부여하려는 정책선택이었다. 방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통한 남북한 통합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사실 주변정세의 급격한 발전과 우리측의 유연한 자세를 기초로 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세차례 고위급회담이나 부분적인 민간차원의 교류효과는 그나마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북한측의 수시로 경화되는 대응자세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적잖은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가 그러했다. 서울의 3차고위급회담 직전부터 그들의 대남비방선동이 격화되더니 서울회담을 간신히 끝내고서는 또다시 예의 그 「팀스피리트」를 트집잡아 앞으로의 대화전망을 근본적으로 흐리게 하고 있다.

김주석의 신년사가 거의 「통일」과 「평화」로 채워져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용어와 허구의 나열이며 가식에 불과하다. 정치협상회의,고려연방제,거족적인 대중운동 등의 표현이 바로 그것들이다.

세계는 지금 눈부시게 변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아니 그 변화에 대처하고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반도도 변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되풀이해서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역설했다. 이제 더 이상 북한변화의 필요성을 충고해 줄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북한 자신이 현실을 직시하고 민족의 장래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 김주석과 그 대화당국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기대되는 것이다.
1991-0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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