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고 영광스런 서울을(사설)
수정 1990-12-30 00:00
입력 1990-12-30 00:00
해묵은 숙제가 산더미 같고 풀어가야 할 새로운 과제가 자꾸만 늘어가는 서울의 살림규모를 생각하며 시민가족이 새 시장에게 거는 기대와 우려는 각별하다.
서울시장은 모름지기 숲을 보되 나무도 놓치지 않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통일된 조국의 수도다운 위상을 세계속에 자리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으로서의 시민의 삶도 소중하다. 숲이란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 이루는 삼림이다. 한그루 한그루의 나무가 충실하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숲의 이상도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시민 하나하나의 삶이 품위있고 살만해야 세계도시로서의 서울의 면모 또한 그럴만한 수준에 이른다.
그런 뜻에서 지금 서울의 삶은 그렇게 괜찮은 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교통은 지옥이고 범죄자들에게는 천국인 것 같은,쓰레기는 넘치고 공해와 오염은 심각한,난처한 삶의 공간이고 환경이다.
게다가 그 무시무시한 크기의 인구에 의한 갈등과 무질서는 최악의 집단이기주의의 전성시대를 만들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이렇게 혼란되고 품질낮게 만드는 환경들을 바로잡아 주기를 우리는 새 시장에게 바란다. 시장 한사람의 힘으로 이런 일이 다 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의 능력에 의해 개선되고 바로 잡히는 시기가 빠르고 확실해질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신임 박세직시장은 88서울올림픽을 주관한 올림픽조직위원장이다. 서울올림픽은 현대사에서 우리가 이룩한 가장 빛나고 질이 높은 성과였다. 우리가 신임시장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그 성공을 선도한 능력을 믿기때문이다.
올림픽때라고 해서 서울이 별다른 능력과 조건을 가졌었던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을 성공시키겠다는 시민의 의지가 바르게 심어졌고 그러기 위해 능력을 극대화시킬 준비태세가 갖춰져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그 태세로 질서를 솔선해서 지켰고 공헌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행하였고 합심하여 시련을 이겨갔다. 좋은 시민이 되겠다는 의식을 자극하여 발전적으로 변화시켰고 실천하게 했다. 이런 일들을 총동원상태로 이동하게 하여 「사상 가장 잘 치러진」 올림픽을 만든 주역중의 한 사람이 박시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해가 얽히고 복잡무쌍한 처지에서 일수록 가장 강한 것은 본질에 충실하고 원칙에 흔들리지 않는 일이다. 눈앞의 인기에 굽혀 거시적 시각을 못갖고 전시효과에 쫓겨 긴눈의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면 나무도 못 건지고 숲도 잃는다. 특히 우리의 올림픽 성공의 경험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 희망을 가지고 긍지있는 시민이 될 것을 소망한 시민의 각성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임시장에게 겸허한 자세로 용기있되 정당한 안목의 미래의 서울을 창조해가도록 당부한다. 살기좋고 영광스러운 도시,서울을 만들기 위해 시장이 기울이는 정성에 시민도 틀림없이 응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1990-12-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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