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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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2-19 00:00
입력 1990-12-19 00:00
해방 후 한 동안 3대 바보론이 입에 오르내렸다. 대처에 살면서 적산가옥 하나 못 차지한 사람은 바보. 중국에서 돌아오면서 장군 칭호 못 가지고 온 사람은 바보. 미국 유학하고서 박사학위 못 가지고 온 사람은 바보. ◆대학의 질의 폭이 넓은 미국이고 보면 좀 쉽게 따는 곳도 있었기에 나온 말이었으리라. 그 미국대학의 진짜 아닌 가짜 박사 소동은 근년에도 있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교외강좌를 통해 박사학위를 따주겠다면서 사기를 친 사건. 걸려든 사람이 현직 교수를 포함하여 59명이었다. 그보다 좀 전에는 미국 신학교의 가짜박사학위 소동도 있었다. 목사 등 1백여 명이 우세를 샀다. ◆거슬러 오르자면 피닉스대학 가짜박사학위 소동에 화남대학사건 등은 지금도 기억에 새로운 터. 거기 우리 사회의 저명인사들이 걸려들어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 가짜대학의 가짜박사학위 판매사건이 알려진다. 이 가짜대학이 판매한 가짜학위증서는 1천여 장. 거기에 한국사람의 이름도 54명이 끼여있다. 아직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저명 예술인과 대학강사·한의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된다. ◆이웃 일본만 해도 외국에서 취득해온 박사학위는 별로 쳐주지를 않는다. 그래서 학위를 위해서는 수사(우리의 석사) 과정부터 다시 이수하도록 하기까지. 일본적 시야의 학문을 생각함인 듯하다. 또 학위를 우리처럼 중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학위,그것도 외국에서 따온 학위를 대우하는 경향이었다. 물론 선진국에 비해 학문수준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젠 무슨 대학에서 어떤 수준의 논문으로 학위를 땄느냐를 따져야 할 때이다. ◆이공계의 경우 우리도 20대의 박사가 쏟아지고 있다. 옛날과는 달리 학위에 걸맞게 성가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은 박사실업자 시대를 살고 있기까지 하다. 그런 터에 외국 가짜학위 소동이라니. 학문을 돈으로 사려 한 대학강사도 우습고 예술인의 경우 「저명」까지 가 창피해진다.
1990-12-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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