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 챙기기 표본” 세비인상/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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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2-11 00:00
입력 1990-12-11 00:00
이번 세비인상은 의원수당등 개인경비와 사무실운영비를 포함해 의원 1인당 올해 월 4백60만5천원에서 내년에는 5백96만1천원으로 인상률이 29.4%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당초 정부가 제출한 인상안의 10.4%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세비도 올려야 할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세비인상이 사회전체의 분위기나 상규에 어긋나는 것일때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특히 그것이 국정을 논하는 국민의 대표와 그를 뽑아준 국민 사이에 채워져 있어야 할 신뢰를 깨는 행위로 인식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 세비인상으로 늘어나는 국고부담은 의원 1인당 월 1백35만6천원,연간으론 1천6백27만2천원이며 의원총수 2백99명분을 합하면 48억6천5백만원이 된다.
의정활동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예산증액이 필요한 측면도 없지는않다. 그러나 문제는 30%에 육박하고 있는 인상률에 있다.
우리 경제는 민주화의 속도에 비례해 폭발적으로 나타난 각계의 욕구분출을 감당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근로자의 과다한 임금인상과 이에 따른 소득인플레,즉 물가상승이다. 우리 경제는 연율 20%대의 임금인상과 연율 10%대의 물가상승이 맞물려 경제의 안정기조를 바닥에서부터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같은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임금과 물가인상폭을 한자리수로 억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난 7일 경제기획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년도 임금인상률의 한자리수이내 억제방침도 이같은 여건을 반영한 것이다.
뒤늦게 「자기몫 챙기기」경쟁에 뛰어든 의원들의 강심장이 국민적 약속이 된 「한자리수」원칙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의원들의 빗나간 세비인상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에 따르는 각종 특권은 최대한 향유하면서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응분의 책임은 내팽개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얼마전 한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70%가 정치인을 혐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을 의원들을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정치인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 장래를 위해서나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그럼에도 요즘 정치인들의 행태는 정치와 정치인 스스로를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으로 내몰고 있다.
1990-12-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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