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합의서」·불가침선언 본격절충/3차 남북총리 서울회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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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2-10 00:00
입력 1990-12-10 00:00
◎양측 이해차 커 “줄다리기”서 끝날듯/「남미북탄」 성사·총리간 전화 설치될 가능성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제3차 남북총리회담은 1,2차 회담과는 달리 남북 쌍방이 중요한 쟁점을 놓고 본격적인 절충과 협상을 벌이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지난 두 차례의 총리회담이 남북 총리가 분단 45년 만에 서울과 평양을 번갈아 방문했다는 상징성과 함께 기본입장을 밝힌 탐색전 수준이었으나 이번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3차 서울총리회담의 주요쟁점은 지난 세 차례의 쌍방실무대표 접촉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와 「불가침선언」 채택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측은 불가침선언 채택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어떤 형태로든지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내려 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김일성 주석이 불가침선언합의라는 「교시」를 내렸으며 김 주석의 교시는 바로 북한 사회내부에서는 지상 절대명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측은 1,2차 총리회담에서는 갖지 않았던 3차 총리회담 합의문 조정을 위한 실무대표 접촉을 제의,불가침선언 채택을 주장해왔다.

또 북측이 1,2차 회담에 참석한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올해 남한 유엔 단독가입 저지였으나 3차회담에 참석하는 가장 큰 목적은 불가침선언을 부각시키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당국은 불가침선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북측의 불가침선언 채택의 주장 진의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북측은 총리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와 교류를 진행하면서도 대남 비방을 계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야세력을 부추키는 대남통일전선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불가침선언은 휴전당사국인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및 핵무기 철수,팀스피리트훈련 중단이라는 북한의 「함정」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실천적 의미보다는 선전적 차원에서 불가침선언을 이용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선전·대결차원의 전후 45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시키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가 우선적으로 채택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남북관계의 기본틀이 마련되고 난 뒤 정치·군사 및 교류·협력위원회 등의 분과위를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심화시킬 수 있는 불가침선언과 3통협정 등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선기본합의서 채택 후불가침선언 및 3통협정방식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측의 기본합의서는 ▲상대방 체제존중 및 비방·중상금지 ▲신문 TV 라디오 상호개방 ▲이산가족 상봉 및 재결합 추진 ▲군비경쟁 지양 및 군사적 신뢰구축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측은 명칭을 바꾸고 일부 내용을 수정하더라도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문건을 우선 채택해야 한다는 비교적 유연한 기본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도 지난 실무대표 접촉에서 처음에는 공동성명,불가침선언,교류협력에 관한 선언 등의 3가지 안을 제시했다가 공동선언을 철회하면서 불가침선언에 강한 집착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북측은 우리측의 제안 내용을 수용하면서 불가침선언이라는 제목을 달자고 주장해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쌍방은 이번 3차회담에서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측은 우리측이 2차회담에서 제시했던 화해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이 무력 불사용 등 불가침선언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을 고려,이 선언에 대한 합의를 주장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측은 이 경우 불가침선언으로 명명하지 않는다면 합의한다는 방침이다.

남북 쌍방은 3차회담에서 경제협력부문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측의 쌀과 북측 석탄을 구상무역 형태로 교환한다는 우리측 제의를 북측이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측이 「체면상」 공개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지만 북이 처한 식량난 및 경제난은 상상 이상이라는 게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남북 쌍방이 3차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내외부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총리간 직통전화설치 정도에는 합의를 이뤄낼 수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된 의제 외에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1차회담 쌍방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고향방문 해결에 대한 북측의 무성의한 자세를 지적하는 한편 이 문제 해결을 강한 톤으로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북측은 베를린 범민련3자회담 참석과 관련,구속자 3명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노태우 대통령의 오는 13일 소련방문을 비난하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의 연형묵 총리를 통한 남북정상간 간접대화는 이번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 총리의 청와대 예방은 추후 서울에서 쌍방 책임연락관 접촉을 갖고 결정짓기로 했지만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 주석의 친서 등 「중대 사안」이 아니면 청와대 예방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3차회담에서 결정해야 할 4차회담 개최시기와 관련,우리측은 연 총리의 내년 1월말 태국 등 동남아 3국 순방 등의 일정을 고려,2월 중순(20∼23일)쯤으로 제의할 것으로 전망된다.<박정현 기자>
1990-12-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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