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한ㆍ미 통상마찰을 보고/박기환 럭키금성연구소ㆍ경박
기자
수정 1990-11-17 00:00
입력 1990-11-17 00:00
금년 들어 우리나라와의 통상관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이제 내정간섭의 차원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며 지금까지 우리의 시장개방 노력을 헛되게 만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의 불만은 미 「포드」사의 세이블 승용차 판매 격감,국내백화점의 수입품판매장 감소,그리고 「신토불이」라는 만화책 사건으로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 모든 것이 정부가 뒤에서 조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의 이상은 선택에”
자유경제 이상은 각 경제주체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데 있다. 소비자는 「세이블」이든 「그랜저」든 각자가 선호하는 승용차를 선택할 수 있으며,장사를 하는 사람은 외국이든 국내에서든 가장 싼 곳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이윤극대화를 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이것은 사고 저것은 사지 말라고 간섭할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정부가국민에게 「세이블」을 사지 못하도록 세무조사 등을 통해 뒤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데 있다. 정부가 실제로 그랬다면 잘못은 우리 정부에게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우둔한 과실을 범했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러면 왜 이러한 오해가 생겼을까. 정부는 우리 경제가 과소비현상을 보임에 따라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운동을 벌인 바 있다. 국산품이든 수입품이든 그것이 과도한 사치품이면 소비를 억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소비억제운동의 결과로 「세이블」승용차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정부의 「과소비억제운동」이 미국측에는 「세이블」에 대한 직접적인 수입규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금 미국 조야에는 우리나라와의 통상문제에 대한 불만이 가득차 있다. 이러한 불만이 「한미금융정책회의」와 같은 중요한 회의에서 폭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의에 미국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찰스 달라라 재무성 차관보는 회의결과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진출한 미국은행이 국내은행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행이 국내에 점포 하나를 개설하는 데 5년이 걸리나 한국의 은행은 미국에서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한국이 금융시장을 실질적으로 개방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보복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의 입장으로 볼 때 미국과의 원만한 통상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보복을 받게 되면 우리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될 것이다.
○시장개방압력의 근원
미국은 지금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수입을 줄이든지 수출을 늘려야 할 형편에 있다. 미국정부로서는 수입을 줄이는 보호무역주의 정책보다는 수출을 확대하는 자유무역주의를 선호하고 있다. 그래서 수출을 늘리기 위하여 시장개방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시장개방을 위해 우루과이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협상이나 아니면 무역당사자 양국간의 쌍무적 협상의 두 가지 채널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우리나라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상호 무역의존도로 볼 때 좋든 싫든 가까이 해야 할 친구이다. 가까이 해야 할 친구이기 때문에 서로가 감정을 풀어야 하는 것이다. 감정을 풀기 위해서는 우리가 미국을 이해하려 하고 미국은 우리를 이해하려 하는 상호간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한미통상마찰의 심각성은 미국측이 우리 정부의 해명을 믿지 않으려는 데 있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과소비억제운동」이라고 해도 미국측이 「수입규제운동」이라고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신뢰성이 상실된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측을 설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들어줄 것은 들어줘야
대화의 성과는 상호 신뢰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에 따른 마찰은 서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한미 통상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시장개방을 위한 약속을 선명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할 필요가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들어주라는 것은 아니다. 들어줄 것은 들어주고 들어줄 수 없는 것은 이유를 분명히하여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990-11-17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