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전화사정이 나쁘던 시절에는 기자들의 지방취재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시외전화」선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한사람은 취재를 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다른 한쪽사진기자라든가 기타 동료은 미리미리 시외전화를 걸어놓고는 계속 통화를 이어가는 방법을 썼다. 심지어는 성명문이나 연설문 전문을 읽어가며 「송고」를 계속하고 있다가 진짜 기사가 완성되면 그것을 본사에 대고 불러준 다음 전화통 앞에서 물러가는 것이다. ◆이런 방법의 득점은 자사의 송고가 빠를 수 있다는 점과 라이벌인 타사 송고를 발묶어둔다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공수가 겹장인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하는 쪽에서 보면 치사한 이기주의로 동업윤리를 짓밟는 행위일 수 있는 짓이었다. ◆「예약」의 관행이 아직도 성숙하지 못하여 연휴나 휴가철이면 항공권이나 다른 교통편이 예약은 넘치고 결과적으로 몇할씩이나 빈좌석으로 운행된다고 한다. 올여름에도 그랬고 지난번 추석연휴 때도 그랬다고 한다. 자기가 안탈 양이면 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남이라도 갈 수있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항공사나 여객회사에 구체적인 손해를 입히게 된다. 대단히 심술스럽고 고약한 행동이다. ◆시외전화선의 「선점」방식은 야비하기는 하지만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전술」이란 점에서 그 나름의 당위성은 있다. 그러나 서둘러서 예약은 해놓고 취소통화 하나를 제대로 못하는 행위는 「무신경하고 몰교양한 소행이다. 예약문화를 삶의 질로 누리려면 권리와 함께 책임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예약만 하고 취소할 줄 모르는 사람은 언젠가 자신도 비슷한 피해자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 기질이 그런 특성을 지녔다면 항공사측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을 개발하는 것이 옳다. 온라인이나 지로 또는 신용카드를 충분히 활용하여 계약이행을 추궁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이 예약문화의 정착을 앞당기게 할 것이다.
1990-10-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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