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재접촉”의 기대(“새 전개” 남과 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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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9-09 00:00
입력 1990-09-09 00:00
1차 남북 총리회담이 이산가족 재회를 위해 적십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키로 합의함으로써 지난 85년 12월 제10차 회담을 끝으로 중단됐던 남북 적십자회담이 5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남북총리가 분단 45년 만에 처음으로 대좌한 이번 서울회담에서 합의를 본 적십자회담 재개로 남북간 인적 교류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우리측이 평화구축과 신뢰조성의 선결조건이 선교류협력에 있다고 강조한 반면 북한측은 정치·군사적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류와 개방을 기피해온 점을 감안하면,적십자회담 재개 합의는 북한측도 당국차원은 안되지만 민간차원의 인적 교류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자세변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측 대표단의 대변인인 홍성철통일원장관과 북측 대변인인 안병수조평통서기국장은 지난 6일 하오 두차례에 걸친 총리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쌍방은 2차고향방문단 교환과 60세이상 이산가족들의 방문을 협의하기 위해 쌍방이 적십자회담을 열 것을 촉구하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쌍방 정부당국은 조만간 정식으로 적십자사에 회담 개최를 촉구하게 되며 남북의 적십자사는 60세이상의 이산가족 방문과 2차고향방문단 교환문제등을 논의하기 위한 11차적십자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하게 된다.
11차회담은 서울과 평양에서 교대로 열기로 한 남북 합의에 따라 평양에서 열린다. 과거 적십자회담의 전례를 보면 통상 30∼40일정도의 실무접촉이 있어야 회담이 개최된다는 것이 남북문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빠르면 10월말쯤이면 11차 본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오는 10월16일 평양에서 2차 총리회담이 열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10월 개회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한달에 2가지 회담을 준비하기가 벅차고 또 그러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홍성철장관은 『적십자회담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열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해 과거의 적십자회담과는 달리 실무접촉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뜻을 비쳤다. 남북 적십자사가 의외로 순조롭게 회담재개에 합의할 경우 11차회담의 개회시기는 상당히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과거 남북의 적십자사가 실무접촉에서 의제,진행방법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에 개최기간이 오래 걸렸음을 고려할 때 당국간의 의지만 있다면 한달이내에 11차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적십자회담이 지난 72년 8월 제1차 본회의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결실은 지난 85년 9월20일의 3박4일동안의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및 예술공연단 동시 교환방문이었다.
남북 쌍방은 분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차원의 인적 교류라는 귀중한 선례를 남긴 뒤 곧바로 85년 12월 서울에서 10차 적십자회담을 가졌다. 이어 11차 본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키로 했으나 북측이 팀스피리트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구실로 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쌍방은 대화중단 4년 만인 89년 9월27일 1차 실무접촉을 갖고 11차 본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하기 시작했지만 11월27일 7차접촉에서 북측이 혁명가극공연을 고집해 회담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북측의 주장은 인도주의적인 적십자 사업과는 무관한 「꽃파는 처녀」 「피바다」 등의 가극을 공연할 것과 이산가족 대상을 서울과 평양에 고향을 둔 사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혁명가극은 혁명투쟁과 계급투쟁을 고취하는 정치적 선전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적십자는 어떤 정치적·사상적 논쟁에 개입해서도 안된다」는 적십자의 중립성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다.
북한이 11차 본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과정에서 이같은 선전적 차원의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적십자회담의 전도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우리의 유엔단독가입을 유보시키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십자회담에 보다 전진적인 자세로 임할 것으로 남북관계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리측 정부는 재개될 적십자회담에 유연한 자세로 임하되 「꽃파는 처녀」등의 혁명가극공연같은 선전적 목적이 있는 주장은 수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8일 『혁명가극등을 허용하려면 벌써했을 것』이라며 불허방침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남북간 인적 교류를 위해 적십자회담을 통한 정례적인 인적 왕래가 성사되도록 하는 동시,추석·설날 등 민속명절을 즈음해 민족대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강영훈국무총리는 8일 기자들과의 간담을 통해 『지난 85년 중단된 적십자회담을 재개하거나 실무자 접촉을 통해 가능한 한 추석때까지는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단 교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오는 10월3일 추석을 맞아 민족대교류를 북측에 제안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적십자회담이나 추석을 맞이한 민족대교류에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응해 나올는지 여부는 앞으로의 고위급회담 진전상황과 맞물려나갈 전망이다. 북한측은 2차 평양회담의 분위기조성을 위해 우리측이 내주에 적십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할 경우 응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박정현기자〉
71년 8월12일 대한적십자사가 적십자회담 제의
72년 8월30일 1차 본회의(평양)
9월13일 2차 〃 (서울)
10월24일3차 〃 (평양)
11월22일 4차 〃 (서울)
73년 3월21일 5차 〃 (평양)
5월 9일 6차 〃 (서울)
7월11일 7차 〃 (평양)
85년 5월28일 8차 〃 (서울)
8월27일 9차 〃 (평양)
12월 3일 10차 〃 (서울)
1990-09-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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