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총리회담 꼭 성사시키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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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8-30 00:00
입력 1990-08-30 00:00
구체적인 성과가 서울에서의 며칠간 만남으로 크게 나타날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예정대로라면 오는 9월4일은 남북한 대화와 민족문제 해결에 있어 획기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몇차례의 실무접촉에서 총리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합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30일의 양쪽 연락관 접촉에서 남북한의 대표단 명단과 신변보장각서가 교환되어 서울의 남북한 대좌가 확정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실로 얼마만의 공식적인 남북대좌인가. 게다가 이번 총리회담이야말로 남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자간 대화이며 협상이다. 양쪽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방안과 서로가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체제와 이념,상대방의 실체와 상호 묵은 감정등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얘기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이상으로 크게 나타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전국민의 이목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남북한간 대화와 교류문제는 대단히 답답한 상황에 있었다. 교류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은 번번이 벽에 부딪쳤고 8ㆍ15 광복절을전후한 민족대교류 계획은 장래에 대한 불안과 실망만을 남긴 채 무산되고 말았다. 남북한간 갖가지 제의와 논의는 어지러울 정도로 쏟아져 나왔지만 실상은 한가닥도 손에 잡힌 것이 없이 엉킬 대로 엉켜있는 실정이다. 문제해결의 논리만 찾다보면 실행이 멀어지고 민족의 감성에 호소하다 보면 냉혹한 논리의 벽에 부딪혀 쓴맛 만을 맛보게 된다.

다시 강조하건대 냉엄한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 민족이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길밖에 없다. 이산가족의 재회라든가 문화ㆍ학술ㆍ경제교류도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민족대교류나 범민족대화가 실패로 끝난 것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전제되지 않았고 가슴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쪽이 만나서 할말 못할말을 모두 하고 심하면 큰소리도 내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바도 아니다. 지금 남북한은 그런 마음의 대화를 오는 9월4일 서울에서 갖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

남북한 대화가 다시시작되고 총리회담이 개최되게 된 것을 반기면서도 우리는 대화의 전도에 대해 일말의 불안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얘기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북측의 태도가 불안한 것이다.



지난번 북측이 느닷없이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 남한의 군비 운운하며 트집을 잡을 때만 해도 이번에도 잘 안되는가 해서 우려했던 것이다. 민족문제 해결의 대도를 찾는 일에는 소아를 버리는 대국적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남북문제의 이중성 또한 그러하다. 남북한은 민족문제를 공통의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한간 모든 현안을 논의하게 되는 회담이지만 정확히 말해 어느 측면에선 정치군사문제가 핵심이 될 수도 있다. 남북문제가 처한 상황의 이중성에 비추어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런 대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럴수록 회담은 반드시 성사돼야 하는 것이다.
1990-08-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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