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통합 중재자마저 “흔들”/김명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0-08-15 00:00
입력 1990-08-15 00:00
재야 통추회의의 김관석상임공동대표가 자청했던 14일 기자간담회는 답보상태에 빠진 야권통합논의의 답답한 실상의 일단을 그대로 반영해주었다.

김대표는 이날 야권통합은 9월 정기국회이전에 완료하고 통합야당의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로 하자는 것등을 골자로 한 통합방안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김대표의 표현대로 한다면 통추회의가 지금까지 평민·민주 양당간의 조정자 역할을 맡아왔다면 앞으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통합의 제안자로 나서 통합논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당초 의도였다.

그러나 막상 간담회가 시작되자 김대표는 통합에 대한 교과서적인 기본입장만을 밝히고 이날 간담회의 골자였던 통합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내부적인 의견조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입장으로 발표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어디까지나 사견이며 내부용 문건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당부와 함께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대표가 그러면서도 어정쩡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여익구상황실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의 회견문은 김대표의 개인적 판단이며 통추회의의 공식입장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결국 간담회는 별다른 내용도 없이 김대표의 모양만 우습게 만들고 끝나고 말았다.

김대표가 이날 자신의 통합방안을 사견으로 격하시킨 것은 통추회의 내부,특히 이부영·여익구씨 등 「민주연합」파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반발의 구체적인 이유는 김대표의 통합방안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평민당의 「선통합 후이견조정」 방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김대표가 내부 여과과정 없이 평민당쪽에 편향됐다고 인식될 만한 통합방안을 밝힌 배경과 관련,한때 거론됐던 야권총재간의 밀약설까지 들먹이기도 했다.

「민주연합」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 이견조정이 범야권 통합의 취지를 살리는 데는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야권통합논의의 정체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얼버무렸다. 평민·민주 어느 한쪽 주장을 편들기는 쉽지만 양쪽 주장 모두를 포용할 만한 묘안은 중재자를 자처하는 재야쪽에서도 궁리해내지 못하고 있는 딱한 현실이다.
1990-08-15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