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족대회」 순수해야 한다(사설)
수정 1990-07-26 00:00
입력 1990-07-26 00:00
그런데 사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측은 오늘까지 여전히 전민련등 그들이 선별하는 단체에 대해서만 「초청」하기를 고집하고 있다. 그것부터가 범민족대회라는 이름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 대표가 대회 예비실무회담에 참석하러 26일 서울에 온다지만 그쪽에서 회담상대로 전민련만을 고집하고 초청범위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일은 그르쳐지고 말 것이다.
범민족대회는 남북한 양쪽의 어느 특정단체나 특정인사들만 참석해서는 안된다. 글자 그대로 범민족적 집회여야 하는 것이다. 남북한 각계각층,도시와 농어촌,산간벽지와 도서,탄광촌과 오지 그리고 해외동포대표 모두가 거족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민족구성원 모두가 모여서 상호신뢰와 이해를 증진하고 남북 관계개선과 통일에 도움되는 모든 의견을 나누며 축배를 들면서 소리높이 통일을 합창해야 한다. 남북한 왕래와 통일문제 접근에 있어 그동안 견해를 많이 달리해온 정부와 전민련이 범민족대회의 성격과 참여문제에 의견의 일치를 보인 것도 그 때문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측의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민족대교류 실현을 위한 여러가지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범민족대회에의 참여방침도 그 하나이다. 따지고 보면 민족대교류는 먼곳에 있지 않다. 남북한 모든 주민이 통행증 한장 갖고 고향에 가고 이웃나들이 하듯이 오고간다면 그것이 바로 교류이다. 그 교류와 대화의 축적이 또한 통합이요 통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때 양쪽의 이념이나 체제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며 근본이치이다. 지금 비록 분단상태지만 흐르고 넘치는 물은 내를 이루고 강을 건너 바다에서 합류하게 된다. 범민족대회가 민족적 순수성과 역사성만 살린다면 그 대회는 분단민족을 합류시키는 물의 근원지가 될 것이다.
북한이 고집만 꺾는다면 범민족대회는 성사될 것이다. 아니 한번 성사를 시켜보도록 하자. 우리가 비록 그것으로 하여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지만 체제와 이념은 인위적인 것이다. 그러나 민족은 역사와 진실앞에 엄숙하고 경건한 영원한 존재이다. 민족을 내세워 정치적 전략을 성취하려거나 민족의 이름으로 선전선동을 하겠다는 속셈은 버려야 한다. 우리 정부와 전민련이 범민족대회와 관련하여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깊은 의미를 북한측은 알아야 한다.
지금은 북한측이 민족대교류를 거부하고 있지만 조만간 그들이 호응해올 것을 우리는 확신하고 기다릴 것이다. 그 전에 범민족대회만이라도 순수하게 성사시켜 보자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도 무언가 해내야 하는 것이다.
1990-07-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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