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장외공세」와 여측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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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7-24 00:00
입력 1990-07-24 00:00
◎“사퇴 파장”… 먹구름속 대치정국/협상에 유연성,원내유도에 부심 여/통합 박차… “총선 요구” 강경 외길로 야

평민ㆍ민주당의원들과 무소속의원등 야권의원 80명이 23일 국회의장에게 의원직사퇴서를 제출함으로써 임시국회 이후 경색된 정국은 상당기간 사퇴서 처리여부를 둘러싸고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야권은 지난 21일의 보라매공원 집회에 이어 앞으로 대ㆍ소규모의 장외집회를 잇따라 열어 반민자당 분위기조성에 역점을 두면서 평민ㆍ민주ㆍ재야의 3자통합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해 8월중으로 통합을 성사시키겠다는 양면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초강경 압력수단을 통해 여권으로부터 국회해산에 이은 조기총선과 지자제선거의 동시실시라는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것이 야권의 기본목표다.

이에대해 민자당은 국회해산과 조기총선이 위헌사항이라는 원칙론에 따라 「사퇴서 수리불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야권에 의원직사퇴 철회 명분을 주기 위한 협상모색등 대응책 강구에 부심하고 있다.

○…평민ㆍ민주당은 의원직사퇴서 제출이 국회해산을 요구하는 최후수단인 만큼 국회해산ㆍ조기총선의 요구를 여권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거부하겠다는 강경자세.

따라서 사퇴서수리 여부에는 개의치 않고 야권 3자간의 대여 공동투쟁방안 모색등 여권을 배제한 야권만의 독자무대로 정국상황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전략.

김영배 평민당총무는 『여권이 사퇴서처리를 하지 않고 9월 정기국회를 민자당 단독국회로 꾸려나가려 한다면 국회에 불참석할 것은 물론이려니와 노정권 퇴진운동까지도 불사하겠다』면서 여권과의 막후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쐐기.

김대중총재도 이날 사퇴서 제출에 앞서 열린 평민당 의총에서 『민자당이 사퇴서의 선별수리나 보궐선거의 실시,또는 민자당만의 단독국회를 운영하려 한다면 우리는 현정권의 퇴진요구로 맞서겠다』고 새로운 총력전을 예고.

이날 사퇴서를 제출한 평민ㆍ민주 양당의원들은 의원직 사퇴의 의미를 구체화 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지급되는 세비를 일체 거절하고 이달말까지 의원회관에서 전원 철수할 방침.

특히 평민당은 국회내의 총재실과 총무실도 철수하고 의원총회의 명칭도 「사퇴의원총회」로 바꾸기로 결정.

그러나 의원마다 딸려있는 보좌관ㆍ비서관ㆍ운전사 등의 급료마저 거부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총무단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는등 유보적인 자세.

○…평민ㆍ민주 양당은 여권이 의원직 사퇴수리와 조기총선,지자제 동시실시 요구에 조만간 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만큼 사퇴서제출의 직접적인 효과를 야권통합 성취로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

이기택 민주당총재가 21일 보라매공원 집회에서 『정치생명을 던져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한 데 이어 김 평민총재도 22일 제주에서 『정치생명과 당운을 걸고 야권통합을 실현하겠으며 만약 실패하면 이총재와 내가 동시에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치는등 양당 지도부는 통합에 대한 비장한 태도로 일관.

이에따라 지난주중까지만 해도 양당간의 뿌리깊은 불신과 「피해의식」 때문에 조기통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은 오히려 양당총재가 밝힌 대로 8월중 통합이 유력시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으로 반전.

○…평민당 소속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상오 10시30분쯤 의원총회를 마치고 곧바로 국회의장실로 가 대기하다 10시55분쯤 박준규의장이 고 윤보선 전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돌아오자 서울ㆍ경기ㆍ광주ㆍ전남ㆍ전북 출신의원및 무소속의원 순으로 사퇴서를 제출.

김영배총무는 박의장이 들어서자 『사퇴의사를 분명히 전하기 위해 직접 제출하러 왔다』면서 『사퇴서가 신속히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요청.

김총재는 자신의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수뢰혐의로 구속수감중인 이상옥의원의 사퇴서를 함께 제출.

이날 평민당의원들은 대체로 밝은 표정으로 『홀가분하다』는 반응이었는데 김총무는 의총에서 『여러분이 명랑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종교탄압 당시의 순교의 역사가 생각난다』고 격려.

민주당의원 5명은 『이미 소속의원 3명이 사퇴서를 낸 마당에 평민당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번거럽다』는 이유로 상오 9시58분쯤 박상문국회사무총장에게 사퇴서를 미리 전달.

○…민자당은 이날 상오 당직자회의에서 사퇴서 「반려」 입장을 거듭 확인한 데이어 하오에는 긴급당무회의를 소집,향후 정국대응방안을 논의하는등 나름대로 정국주도 방안마련에 고심하는 모습. 민자당이 이날 당직자회의와 당무회의에서 야당의 사퇴서 제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방안보다는 야권의 지난주말 보라매집회를 집중성토하는데 상당시간 할애한 것은 장외투쟁의 부당성을 집중공격,제도권내 대화채널 가동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복안.

민자당은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실력저지,의원직사퇴서 제출 등 사태를 「유도」한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의중이 야권통합에 있는 것인지,3당통합 흠집내기및 김영삼 민자당대표의 여권내 입지약화 시도인지 여부를 확인해 나가면서 지자제법안등 현안법안등에 대한 유연한 협상자세로 야당을 원내로 복귀시켜 나간다는 전략. 특히 10여명이 발언에 나서 2시간동안 격론을 벌인 이날 하오 당무회의에서 이치호ㆍ신상우ㆍ김수한위원 등은 야당측이 불법적인 조기총선을 유도하기 위해 의원직사퇴서를 제출했음을 지적,『정치적인 목적의 결의에 따른 사퇴는 사퇴이유로 적절치 않다』며 사퇴서를 반려할 것을 주장한 반면 최운지위원등은 『야당이 극한적인 방법으로 우리를 공격하는데 우리만 수수방관 할 수 없지 않느냐』며 강경대응을 촉구.<김명서ㆍ최태환기자>
1990-07-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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