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북한도 변해야 한다(사설)
수정 1990-05-24 00:00
입력 1990-05-24 00:00
이제 그러나 사태는 변해 있다.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던 울란바토르 당국이 어느날 갑자기 개혁에로의 길을 택하더니 한ㆍ몽 수교를 이루게 됐다. 북경당국도 6ㆍ4 천안문사태 1주년을 앞둔 최근에는 대만과의 급속한 관계개선을 수용하는 듯한 조심스런 자세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인 화해와 개방시대의 상징적인 과실이라고도 할 분단국들의 통일문제도 그러하다. 베를린장벽 붕괴이후 빠른 진전을 거듭하고 있는 동서독 관계는 단일통화제를 비롯한 경제통합을 이룬 끝에 양독이 드디어 역사적인 통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정치체제와 종교 어느쪽으로도 화합될 것 같지 않던 중동권 저 아래쪽의 남북예멘이국가연합 형태의 예멘공화국으로의 통일을 선포한 것도 국제적 화해와 통일시대의 국가적 통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화 시대를 관류하는 이처럼 도도한 역사적 물결을 홀로 외면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역류시키려는 힘겨운 태도로 나오고 있는 쪽이 있다. 바로 한반도의 북쪽에 있는 평양당국이다. 남북한은 동구권에 서서히 변혁의 추세가 다가올 때만 하더라도 부분적인 대화와 교류를 지속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마저 평양당국의 일방적 취소와 거부로 완전 단절상태에 있는 것이다. 평양당국의 시대를 역행하는 그같은 자세가 바로 한반도가 국제무대에서 유일한 분단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소련을 위시한 동구권국가들은 생존을 위해서 수십년간 신봉하던 이념이라든가 체제를 포기했다. 일찍이 그들 국가이념의 기초로 제시했던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궁극목표는 분배의 공정이 최대로 실현되어 모두가 잘살게 되는 계급없는 「지상천국」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허망한 꿈이었다. 그들 권역의 종주국인 소련마저 경제개혁의 완전한 실패를 인정했고 국가계획경제를 포기한다고 했다. 국제적인 채무국으로 뒤떨어진 나머지 빚독촉에 시달려 군비를 축소하고 서방의 지원을 호소하는 형편이다.
북한의 외곬 사회주의노선 고집에 소련조차 민망하게 생각한 나머지 요즘은 서로 개혁종용과 경고에 대소비방과 선동을 주고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소ㆍ북한간 그러한 관계 역전현상에 고무되지 않는다. 오히려 3자간의 발전적 관계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한반도도 국제적 조류와 시대적 변혁의 한가운데에 들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이 변해야 한다. 세계적 변화에 대한 냉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속도는 늦었지만 어쩔수 없이 변해가는 아시아공산권의 추세도 눈여겨 살펴야 한다. 북한이 뒤늦게 변하더라도 그것이 세계와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한다면 그것은 잘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1990-05-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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